[단독] 강경화 딸 위장전입 아파트, 16년간 전입·전출자 25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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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후보자가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7일이다. [뉴시스]

강경화 후보자가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7일이다.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가 이화여고 진학을 위해 위장전입했던 서울 중구 정동아파트 502호에 수년간 수십 명이 전입·전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중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자 장녀의 위장전입이 이뤄진 정동아파트 502호에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전입·전출한 사람은 모두 25명이었다.

정동아파트 502호선 무슨 일이 #가족 추정 사례만 여덟 차례 #모두 14~17세 청소년 포함 #전출 당일 다른 가족 전입도 #이화여고 “강사 숙소”라지만 #위장전입 조직적 유착 가능성

502호에는 94년~2008년 심모 전 이화여고 겸 이화외고 교장 명의로 전세권이 설정됐고, 이후 학교법인 이화학원이 전세권을 이어받아 2010년 9월 30일까지 유지했다. 이화외고의 원어민 강사를 위한 임시숙소용으로 502호를 썼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인 만큼 사실상의 관사로 사용해온 곳이다.

특히 해당 기간 동안 주소지로 전입·전출한 25명 중 A씨(당시 39세)씨와 B양(당시 15세)의 경우 2001년 9월 26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정동아파트 502호로 주소지를 옮겼다가 20여 일 만인 10월 15일 다시 덕양구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가족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렇게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25명 중 여덟 사례였다. 이들 사례엔 모두 14~17세 청소년이 포함돼 있었다. 학교가 관사로 쓰던 곳에 강 후보자의 장녀를 포함, 진학을 위한 집중적인 위장전입이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502호에 강 후보자 외에 여러 가족이 주소지를 뒀던 것은 위장전입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경화 후보자 딸이 위장전입한 아파트.

강경화 후보자 딸이 위장전입한 아파트.

정동아파트 502호에 주소를 옮겨둔 기간은 짧게는 약 20일에서 길게는 3개월 정도까지 다양했다. 한 가족이 전출한 당일 곧바로 다른 가족이 전입한 경우도 있었다.

전입은 2000년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5명 중 20명이 2000년 이후다. 이화여고가 자율형 사립고에 선정된 것은 2009년이지만 이미 정부는 당시 자사고 도입 방침을 발표했다. 재단 재정 상태가 양호한 이화여고가 자사고에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도 교육가에 퍼졌다. 강 후보자와 장녀가 502호에 주소지를 옮긴 기간도 2000년 7~10월이었다. 강 후보자는 “은사가 주소지를 소개해줬고 소유주나 누가 살았는지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태규 의원은 “학교재단이 특정 계층을 위해 관사를 위장전입의 용도로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 전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외통위 소속 정양석 바른정당 의원도 “위장전입이 학교와의 사전 기획에 의한 조직적인 유착관계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강 후보자와 증인으로 출석할 학교 관계자들에게 이 부분을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의 청문회는 7일로 예정돼 있다. 502호의 전세권자였던 심씨와 강 후보자 장녀의 위장전입이 있었던 2000년 당시 이화여고 교장이었던 정모씨가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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