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땅 짚고 헤엄치기'…고수익 단정 투자권유 처벌은 합헌

중앙일보

입력

금융투자업자가 투자를 권유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대박’ 등 단정적으로 고수익을 보장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지 못 하게 한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고객에게 단정적인 표현 사용한 금융투자업자 벌금 1억 #표현의 자유·명확성원칙 등 위반했다며 헌법소원 제기

헌법재판소는 금융투자업자 장모씨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49조가 표현의 자유와 명확성 원칙을 위반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에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중앙포토]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에게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중앙포토]

장씨는 2007~2010년 자신이 기금 운용자문위원으로 있던 A대학 법인에 B상호저축은행이 발행하는 우선주 투자를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대박 나는 거다’, ‘땅 짚고 헤엄치기’, ‘다시는 없다’ 등의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손해를 끼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자본시장법 49조는 금융투자업자가 투자권유를 할 때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인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증권거래법에서 이런 행위를 행정제재로 규제했다. 형벌이 아닌 과태료 부과 처분에 그쳐 실효성이 문제가 됐다. 자본시장법으로 바뀌면서 처벌을 강화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있다.

장씨 등은 이 규정의 의미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자의 예측판단행위를 과도하게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아 표현●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고도 했다.

헌재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해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이 있어야 하는 개념을 사용했다 하더라도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 원칙에 반드시 배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법률의 ‘불확실한 사항’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 또는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장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투자 위험에 관한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투자업자의 투자권유에 대한 투자자의 의존도는 점차 절대적인 것이 되고 있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이 추상적이어서 다소 광범위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법원의 법 해석과 보충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