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오래 냈는데 더 적게 받는 국민연금? 20년 이상 가입자 수령액 계속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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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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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제도를 시행(1988년)한 지 30년이 가까워지면서 연금 수령자(누적)가 지난해 말엔 414만 명으로 늘었다. 이들의 평균 연금도 월 37만원으로 올랐다. 국민들의 마지막 노후 희망인 국민연금이 성숙해 가면서 더 많은 사람이 받고, 더 높은 금액을 받는다니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재정 안정 위해 소득대체율 낮춘 탓 #2015년 월 2만원, 작년 7000원 감소 #10~19년 가입자 연금액은 늘어 #정치권서 ‘대체율 45~50%’ 추진 #기금 바닥 앞당겨 보험료 올려야

그런데 최근에 반갑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20년 넘게 가입한 사람들의 연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부부 가입자의 월 연금이 300만원을 넘는 사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터라 ‘설마 그럴 리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만 61세가 되면서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한 사람 가운데 보험료 납입기간이 20년을 넘은 수령자의 월평균 연금이 84만7260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85만4220원)보다 6960원 줄었다. 이들의 연금은 2012년 79만4590원에서 계속 올라 2014년 정점에 이른 뒤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의아한 점이 또 있다. 20년 이상 가입자의 생애평균 가입기간(보험료 낸 기간)은 매년 증가한다. 2012년 273개월에서 2015년 286개월, 지난해 288개월로 늘었다. 오래 가입하면 연금이 느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연금 액수가 거꾸로 간다.

이유가 뭘까. 복지부 연금급여팀 정영숙 사무관은 “1999, 2008년 두 차례 연금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민연금은 88년 소득대체율이 70%였다. 전체 연금가입자의 평균 소득자가 40년 가입할 경우 40년간의 소득 평균액의 70%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생애평균소득이 100만원이면 연금이 70만원이다.

이 소득대체율이 99년 60%로, 2008년엔 50%로 떨어졌다. 그 뒤 2009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올해 45.5%가 됐고, 2028년 40%에서 멈추게 돼 있다. 소득대체율을 낮춘 이유는 연금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런 개혁 덕분에 기금 고갈 시기가 2044년에서 2060년으로 늦춰졌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박현(65)씨는 88~2012년 보험료를 냈다. 2012년 연금을 타기 시작했지만 다른 수입이 있어서 수령액이 깎였고 65세가 된 지난 5월 정상 연금으로 돌아왔다. 월 137만원을 받는다. 박씨는 “연금 액수에 만족한다. 주변 친구들과 비교하면 내가 좀 더 많은 것 같다. 가계 지출의 20% 이상을 연금으로 충당한다”고 말한다.

92~2016년 가입한 김씨의 예(보험료는 동일)를 가정해 보자. 박씨처럼 24년 가입하긴 했어도 김씨의 연금은 130만원 안팎에 머무를 전망이다. 왜냐하면 박씨는 소득대체율이 70%이던 시기가 10년( 88~98년)이고, 김씨는 6년(92~98년)이다. 김씨는 조건이 좋은 기간은 짧고, 안 좋은 기간이 길어 연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가입 기간이 20년 넘는 사람과 달리 10~19년 가입자는 연금 개혁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연금액이 오르고 있다. 이들의 월평균 연금은 2012년 33만1870원에서 거의 매년 올라 지난해는 35만1750원이 됐다.

20년 이상 가입자의 연금 감소액이 고작 7000원 정도(감소율 0.8%)인데 대수냐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이 2028년까지 계속 줄게 돼 있어 당분간 연금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평균가입기간(보험료 납입기간)이 많이 올라가면 상쇄할 수는 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소득대체율 삭감을 멈추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의원은 지난달 26일 소득대체율을 40%까지 낮추지 말고 45%에서 멈추는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공약했다. 대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정춘숙 민주당 의원도 곧 소득대체율을 2008년 수준인 50%로 되돌리는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 법안대로 하면 기금 고갈 시기가 당겨질 것이고, 이를 피하려면 보험료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2019년부터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릴 경우 2019~2083년 1경3854조원을 지출하게 된다고 추정했다. 현행 제도보다 2004조원이 더 필요하다. 보험료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금 고갈 시기가 2056년으로 지금보다 4년 당겨진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소득대체율 인상 방침을 밝힌 것이다.

또 노인 기초연금을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는 문 대통령의 공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은 현재 10%인데 30만원으로 올리면 15%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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