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배구 명장' 김호철 감독, 월드리그 승리 이끈다

중앙일보

입력

돌아온 '명장' 김호철(62) 감독 매직이 통할까.

2017 서울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한 삼멜부오 투오마스 핀란드 감독, 김호철 감독, 미구엘 앙헬 체코 감독, 코박 슬로보단 슬로베니아 감독.

2017 서울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한 삼멜부오 투오마스 핀란드 감독, 김호철 감독, 미구엘 앙헬 체코 감독, 코박 슬로보단 슬로베니아 감독.

김 감독은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을 이끌고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한다. 지난해 극적으로 2그룹에서 살아남은 한국은 올해 서울과 일본, 네덜란드에서 3경기씩 총 9경기의 예선전을 치른다.

먼저 1주차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경기가 열린다. 2일 오후 7시 체코와 첫 경기를 치르고, 3일 오후 1시 슬로베니아, 4일 오후 2시 30분 핀란드와 맞붙는다.

2주차에는 일본 다카사키로 건너가 슬로베니아(9일), 터키(10일), 일본(11일)과 대결하고, 3주차에는 네덜란드로 자리를 옮겨 네덜란드(17일), 체코(18일), 슬로바키아(18일)와 마지막 3경기를 치른다.

2그룹 상위 3팀은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개최국 호주와 함께 결선 라운드를 치른다. 여기서 우승한 팀이 1그룹 진출 티켓을 가져간다.월드리그는 참가국의 실력에 따라 그룹당 12개 팀씩 1그룹, 2그룹, 3그룹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르며, 승강제가  적용된다.

1일 서울 중구 써미트호텔에서 열린 월드리그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현재 한국 남자배구가 어려운 상황이다. 계속 이렇게 가면 아시아에서도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며 "'불구덩이에 왜 들어왔냐'고 묻는데, 나는 이제 떠나는 사람이다. 대표팀 감독은 맡아서 배구연맹과 배구협회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 더 나은 대표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배구는 국제무대에서 성적이 부진하면서 침체기에 빠져있다. 2016 리우올림픽 본선 무대도 밟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 전력도 강하지 않다. 한국의 이번 대회 목표는 2그룹 잔류다. 3그룹으로 강등될 경우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김 감독은 "현재 2그룹 잔류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주요 선수들이 많이 빠져있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V리그에 집중하다보니 시즌 후에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베테랑 세터 한선수(대한항공), 대표팀 주포인 문성민(현대캐피탈)과 전광인(한국전력)도 재활로 빠졌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 감독은 그간 남다른 지도력을 보여줬다. 현역시절 이탈리아리그에 진출해 명 세터로 이름을 떨친 김 감독은 1995년 멕시카노파르마 클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부터 현대캐피탈 감독을 맡아 2005~06, 2006~07시즌 V리그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국가대표팀에서는 2006년에는 감독으로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9년에도 잠시 지휘봉을 잡았다.

코박 슬로보단 슬로베니아 감독은 "왕년에 김호철 감독이 엄청난 세터였다는 걸 알고 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김 감독의 경기 모습을 비디오로 많이 봤다. 감독으로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 기분이 남다르다"고 했다.

김 감독은 "코트를 떠난 동안 배구를 많이 보러 다녔다. 예전에는 파워와 높이의 배구가 강조됐다면, 요즘에는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더라. 우리 선수들이 아직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는 부분이 있지만 잘 극복할거라 믿는다"고 했다. 김 감독은 2014~15시즌 종료 후 최태웅 감독에게 현대캐피탈 지휘봉을 넘기고 일선에서 물러난 후, 2년 만에 지도자로 복귀했다.

김 감독은 명세터 출신답게 이번 대표팀에 세터를 노재욱(현대캐피탈), 이민규(OK저축은행), 황택의(KB손해보험) 등 3명이나 뽑았다. 김 감독은 "이민규·노재욱·황택의가 앞으로 한국 배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다 뽑았다. 현재 한국 남자배구가 어려운 상황인데, 선수들이 열정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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