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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소녀상 옆에 '오줌싸는 개'·덴마크 '인어공주'엔 페인트 테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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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 도시를 대표하는 조형물들이 수난을 겪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에 설치된 공공예술에 대한 역비판이나, 정치적 의견에 따라 훼손되는 경우다.

3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욕 월가에서는 '황소상'을 마주 보며 응시하는 '두려움 없는 소녀상' 옆에 '오줌 싸는 개' 동상이 등장했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알렉스 가데가가 설치한 오줌 싸는 개 조각상은 소녀상의 왼발 옆에서 오른쪽 뒷발을 든 채 소녀의 다리에 오줌을 누는 형태를 띠고 있다.

미국 뉴욕 월가에 위치한 '두려움 없는 소녀'와 '오줌싸는 개' 동상

미국 뉴욕 월가에 위치한 '두려움 없는 소녀'와 '오줌싸는 개' 동상

알렉스 가데가는 "내 작품 개는 소녀상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데, 이는 소녀상이 황소상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황소상을 만든 작가는 자비 35만달러를 들여 작품을 만들었지만, 소녀상이 그 의미를 변화시켰다"라고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황소상은 지난 1989년 주가가 폭락한 이후 조각가 아르투로 디모디카가 월가에 세웠다. 황소는 하락장을 상징하는 곰에 맞서 상승장을 나타내는 아이콘이다. 이후 황소상은 뉴욕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됐다.

그러나 지난 3월 젠더 다양성을 추구하는 투자자문회사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S)가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이해 황소상 앞에 소녀상을 세웠다. 이에 대해 아르투로 디모디카는 "소녀상은 내 작품에 대한 모욕"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소상과 맞서는 소녀상의 모습을 통해 황소상의 의미가 부정적인 힘과 위협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알렉스 가데가도 "소녀상은 예술가가 아닌 억만장자 금융회사가 세운 것"이라며 "이는 금융 상품을 팔기 위한 예술의 외피를 쓴 판촉 활동"이라고 가세했다.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에 있는 인어공주 상의 훼손 전후를 비교한 사진.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에 있는 인어공주 상의 훼손 전후를 비교한 사진.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에 있는 인어공주 상의 훼손된 모습.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에 있는 인어공주 상의 훼손된 모습.

한편 덴마크 코펜하겐 항구에 있는 명물인 인어공주 조각상도 페인트에 훼손됐다. 덴마크 당국에 따르면 누군가 인어공주 상에 붉은 페인트를 퍼부었고, 동상의 발판 앞 바닥에는 "덴마크는 페로제도의 고래를 보호하라"는 글이 붉은색으로 적혀있었다. 인어공주 동상은 덴마크 조각가 에르바르드 에릭센이 같은 나라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기념해 1913년에 세운 조각이다. 그간 이 동상은 주로 정치적 의견 표출을 목표로 하는 단체들에 의해 머리와 팔이 잘리거나 바다로 던져지는 등 많은 수모를 겪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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