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학생은 급감하는데 교사는 1만5900명 더 늘린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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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의 한 초등학교 교실. 교사 한 명이 7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탓에 '콩나물 교실'로 불렸다.하지만 학생수가 급감하면서 2016년 한 반의 평균 학생 수는 22명(초등학교)으로 줄었다. [중앙포토]

70년대의 한 초등학교 교실. 교사 한 명이 70명이 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탓에 '콩나물 교실'로 불렸다.하지만 학생수가 급감하면서 2016년 한 반의 평균 학생 수는 22명(초등학교)으로 줄었다. [중앙포토]

 "향후 5년간 1만5900명 증원."

교육부, 5년간 1만 5900명 증원계획 업무보고 #올해 3000명 증원, 연간 1050억원 재정부담 #"고교학점제, 1교실 2교사제 등 대선 공약에 필요" #인구절벽 시대에 교사 대폭 증원에 예산낭비 우려도 #80년 1004만명이던 초,중,고생 지난해 663만명 #교원 인건비는 2004년 20조원, 2015년 35조원 급증 #전문가, "교육정책 등 따른 교사 수요 파악하고 #그에 맞춘 '단계적 실시'가 더 효율적" 지적 #

 교육부가 최근 문재인 정부 5년 간의 교사 증원 계획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대폭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정밀한 계획없는 갑작스런 증원 탓에 재정부담만 커질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인구절벽’으로 학생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교사 임용이 적절한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5일 업무보고에서 올 연말까지 교원 3000명을 추가 임용하고, 내년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초등학교 6300명, 중·고교 66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3년간(2013~2016년) 1669명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매우 큰 증원 규모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 등과 논의해 구체적인 증원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며 “교원 1인당 연봉을 3500만원으로 계산하면, 올해 3000명 추가 임용에 드는 예산은 연간 105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당초 26일로 예정됐던 올해 임용시험 사전예고를 갑자기 연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전예고엔 과목별 배정 인원 등 구체적인 임용계획이 담긴다. 교육부 관계자는 “3000명 증원 방침을 반영해 구체적인 임용계획을 수립한 후 6월 중순쯤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원 증원 방침은 교사 수를 대폭 늘려 고교학점제·1교실 2교사제 등 다양한 교육 방식을 시행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고,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에도 일조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게 교육계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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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기획위 관계자도 “일방적인 강의 중심의 주입식 교육을 탈피하려면 교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게 교육부측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선거 당시 문 대통령 캠프에선 16.9명(초등학교)인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OECD 평균(15.1명)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해왔다.

1980년과 비교해 2016년 교원 수는 2배로 늘었지만 학생 수는40% 줄었다. [중앙포토]

1980년과 비교해 2016년 교원 수는 2배로 늘었지만 학생 수는40% 줄었다. [중앙포토]

 일단 학교 현장에서도 이같은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교사들의 근무 여건은 아직 열악하다”며 “학생 개인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기 위해서도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미래에는 ‘인적자원’의 중요성이 커지므로 교육에 대한 투자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교사가 늘면 소수 학생을 위한 특화 수업, 부진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등이 가능해져 교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학생 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규모로 교사를 늘리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1980년 982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초·중·고 학생 수는 90년 942만명, 2000년 795만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88만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의 추정에 따르면 2030년엔 학생 수가 520만명으로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초저출산 시대를 감안하면 교사를 증원할 게 아니라 오히려 10년 안에 2만 명 이상 줄여야 한다”며 "교사와 공무원은 한 번 뽑아 놓으면 정년을 보장해야 하고, 갈수록 임금도 높아지기 때문이 재정부담이 훨씬 커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5년(결산 기준) 17개 시·도교육청 예산 56조원 가운데 인건비가 62%인 35조원를 차지했다. 특히 인건비 규모는 2004년(20조원)과 비교해 11년만에 75%나 늘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에 맞추느라 교사 증원계획을 급조한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한꺼번에 많이 뽑으면 다음엔 너무 적게 임용해야 할 수도 있어 수급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현재 우리나라의 교사 1인당 학생 수(16.9명, 초등학교 기준)는 OECD 평균(15.1명)보다는 낮지만 일본(17.1명), 프랑스(19.4명), 영국(19.6명) 등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정교한 수요 측정에 따른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어떤 정책,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 교원 수요가 필요한지 정확한 로드맵 작성이 우선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호 아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도 “교사를 뽑아서 어떤 일을 시킬지, 무슨 전문성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임용 규모를 정해도 늦지 않다”며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 안에 뭔가를 이루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백년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정현진·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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