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으로 키운 2세대 새끼 명태들, 7대 1의 경쟁률 뚫고 동해 바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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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0일 오후 2시 강원도 고성군 공현진항 앞바다. 방류를 앞둔 4∼8㎝ 길이의 건강한 어린 명태들이 플라스틱 통 안에서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산자원센터 방류 현장 가 보니 #치어 100만 마리 중 15만 마리 풀어 #2015년 첫 방류 때보다 10배 늘어 #500여기 인공어초 설치 적응 도움 #‘국민 생선’부활 프로젝트 파란불

24t급 배 2척에서 방류가 시작되자 “바다로 나가서 잘 살아야 한다. 건강하게 잘 커다오.” 등 명태가 잘 성장하길 기원하는 덕담이 이어졌다.

지름 15㎝ 고무호스가 연결된 방류시설에 명태를 넣자 수면 아래 5~10m 지점까지 내린 호스를 타고 어린 명태들이 바다로 힘차게 헤엄쳐 나갔다.

강원도 한해성 수산자원센터 직원들이 고성군 공현진항 앞바다에서 4~8㎝ 크기의 2세대 양식 명태를 방류하고 있다. 이 명태들은 지름 15㎝ 고무호스를 통과해 수면 아래 5~10m 지점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한해성 수산자원센터 직원들이 고성군 공현진항 앞바다에서 4~8㎝ 크기의 2세대 양식 명태를 방류하고 있다. 이 명태들은 지름 15㎝ 고무호스를 통과해 수면 아래 5~10m 지점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박진호 기자]

김광섭(59)한해성 수산자원센터 소장은 “아직 어린 명태들인 만큼 바다에서 빠르게 적응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 명태들이 잘 자라서 내년쯤 연안에서 발견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방류를 앞둔 2세대 양식 명태. [박진호 기자]

방류를 앞둔 2세대 양식 명태. [박진호 기자]

이번에 방류된 어린 명태는 2015년 양식에 성공한 1세대 명태로부터 얻은 2세대 명태다. 이날 동해로 나간 명태는 총 15만 마리. 강원도 한해성 수산자원센터에서 양식 중인 2세대 명태가 약 100만 마리인 점을 고려하면 약 7대1의 경쟁률을 뚫은 건강한 명태들인 셈이다.

4㎝ 크기까지 자란 2세대 양식 명태. [박진호 기자]

4㎝ 크기까지 자란 2세대 양식 명태. [박진호 기자]

서주영(39)수산자원센터 박사는 “완전 양식에 성공한 2세대 명태가 방류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어린 명태들이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수산자원센터는 해수부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2015년 12월 양식 1세대 명태 1만5000마리를 고성군 대진항 앞바다에서 처음으로 방류했다. 이후 완전 양식에 성공하면서 1년 6개월 만에 10배인 15만 마리의 어린 명태를 방류하게 됐다.

2015년 12월 고성군 대진항 앞바다에서 방류된 명태. [사진 고성군]

2015년 12월 고성군 대진항 앞바다에서 방류된 명태. [사진 고성군]

수산자원센터는 연말께 2세대 양식 명태 15만 마리를 15㎝ 이상으로 키워 2차 방류할 예정이다.

명태가 방류되는 공현진항 앞바다는 연안 바다목장 조성구역으로 자연암반 지형에 500여기의 인공어초가 설치돼 있어 어린 명태들이 적응하기 적합한 환경이다. 전문가들도 어린 양식 명태들이 바다에서 잘 적응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2015년 12월에 1차 방류한 1세대 명태 중 2마리가 지난해 6월 속초에서 어획됐다. 이들 명태는 방류 당시 15~20㎝ 크기였지만 어획 당시엔 24~25㎝로 성장해 양식 명태가 자연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일부 표식을 붙여 방류한 양식 명태도 지난 2월 양양에서 어획됐는데 방류 당시보다 8㎝가량 성장했다.

서 박사는 “어린 명태들이 적응해 온 수온이 13도이기 때문에 오히려 날씨가 더워져 수온이 올라가면 적응하기 더 힘들 것”이라며 “수온에 맞춰 방류시기를 조정한 만큼 잘 적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서주영(39) 박사가 명태살리기 프로젝트 연구 어류동에서 1세대 명태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 서주영(39) 박사가 명태살리기 프로젝트 연구 어류동에서 1세대 명태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수산자원센터는 2015년 1월 31일 자연산 암컷 명태를 처음 확보했다. 그 해 2월 자연산 수컷 명태와 수정을 통해 국내 최초로 인공 명태 부화에 성공했다. 70만5000개의 수정란을 확보한 수산자원센터는 19만 개를 동해수산연구소에, 7만5000개를 강릉원주대에 분양했다. 동해수산연구소는 이 수정란에서 태어난 명태를 어미로 키워 알을 낳게 하고, 이를 치어로 부화시키는 명태 완전 양식에 세계 최초로 성공하면서 지난해 10월 큰 주목을 받았다.

수산자원센터는 지난 3월 입수한 길이 50㎝의 자연산 어미 명태와 양식 수컷 명태 사이에서 형성된 수정란을 치어로 부화시키는 데도 성공해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수산자원센터에는 완전히 자란 명태 1세대(40~50㎝) 4500여 마리와 어린 명태 85만 마리가 있다. 서 박사는 “수조에서 크고 있는 어린 명태를 잘 키워내 내년엔 100만 마리를 방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성=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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