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장관에게 직접 확인 전화 … 긴장한 국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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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교황청 특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희중 대주교를 만났다.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교황청 특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희중 대주교를 만났다. 오른쪽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주한미군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들여온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안보실과 민정수석실에 공동으로 진상조사를 지시하자 국방부는 곤혹스러워했다.

“사실이냐, 왜 비공개로 했나” 물어 #국정기획위에 보고 때도 내용 빠져

국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문제와 관련해 ‘충격적’이라는 표현까지 썼다는 사실에 국방부는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전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직접 확인 전화를 건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발사대 6기가 다 들어와 있다는데 사실이냐. 왜 비공개로 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고 한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달 들어와 있다”고 답하면서 “언론에도 보도가 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고 한다. 실제로 추가로 들여온 사드 발사대는 지난달 25일 국내 방송사 카메라에 잡힌 이후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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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달 언론 보도 때 국방부가 공식 확인을 하지 않았고,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보고 때도 빠져 있어 국방부가 고의적으로 보고를 누락했다고 간주하면서 진상조사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당시 발사대 4기가 추가로 왔다는 내용을 뺀 건 맞지만 업무보고는 문 대통령의 정책 공약을 어떤 식으로 집행할지에 대한 계획과 방향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은 것”이라며 “대신 업무보고 다음날인 26일 국방부 위승호 정책실장이 국가안보실을 찾아 사드 배치와 관련한 내용을 소상히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위 실장 대면보고 당시에도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와 관련한 보고는 없었다고 다시 강하게 부인했다.

그런 뒤 위 실장 등 실무담당자들을 불러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대책회의조차 하지 못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사드 도입과 관련한 청와대의 진상조사 사실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내용을 알고 있는 간부와 실무자들이 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들어가 있어 정확한 사실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시로 조사가 시작된 입장에서 피조사자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31일에는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성격 기구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업무보고까지 하게 됐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비록 방송 영상을 통해 사드 4기의 추가 반입 여부가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국방부가 사드 설치 현황을 보고했어야 옳다”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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