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실이 조사 주도 … 국방부 기강 해이도 파헤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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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30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 발사대 4기가 추가로 반입된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파악 지시에 따른 조치다.

청와대 “박근혜 정부 정치적 알박기 #사드 도입 절차적 문제점 부각된 것” #민주당 “한민구 등 응분의 책임져야” #한국당 “인사청문회 방패용 안 돼”

진상 파악 대상은 ▶추가 반입 경위 ▶결정 과정 ▶비공개 이유 ▶보고 누락 등이다. 여기에 ‘환경 영향 평가 회피’ 의혹까지 포함시켰다. 사실상 추가 배치 장비뿐 아니라 기존에 설치된 사드 배치의 전체 과정을 다시 검증해 보라는 의미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의 속칭 정치적 ‘알박기’라고 의심을 샀던 절차적 문제점이 추가 배치 은폐로 부각됐다”며 “문 대통령의 지시로 불투명하게 사드 배치를 결정한 전 과정에 대해 진상 파악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문 대통령이 사드 도입 과정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통해 ‘공론화’를 시작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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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그동안 사드에 대해선 주변국에 ‘전략적 모호성’을 입장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면서도 국회 비준 등 국내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문 대통령이 국방 사안인 사드 배치에 대한 조사를 국가안보실뿐 아니라 민정수석실에 동시에 맡긴 배경도 사드 배치를 결정한 과정을 점검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조사 주체는 민정수석실이고 군이 포함된 만큼 안보실이 협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 도입 과정에 대한 전면조사로 확대될 경우 한민구 국방부 장관뿐 아니라 전임 장관인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까지 직·간접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가로 배치된 사드 4기가 비밀리에 국내에 들어온 시점을 봐야 한다”며 “최소한 추가 배치가 이뤄진 4월 25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분명히 탄핵된 상태였는데, 누가 결정했는지 정확한 의사 결정 과정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이 직접 나선 것은 이번 사안이 국방부의 공직기강 해이 등 근본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며 “사건의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명백한 잘못이 확인될 경우 민정 차원의 후속 조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다만 시작 단계라 검찰조사까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보고 누락 사실을 부각하며 문 대통령이 한민구 장관에게 직접 전화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과정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가 출범한 지 20일이 넘었고 한 장관은 그동안 문 대통령과 여러 차례 대면 접촉을 했다”며 “정상적이라면 이 과정에서 당연히 보고가 있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수석의 브리핑 후 더불어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한민구 국방부 장관, 김관진 전 안보실장 등 관련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대통령의 지시가 청와대발 인사 참사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인사청문회 방패 카드가 아니길 바란다” 고 말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사드 포대는 레이더 1기와 발사대 6기, 미사일 48기로 구성된다”며 “성주에 발사대 6기 중 2기만 배치됐으니 나머지 4기를 배치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요란하게 진상조사 지시를 내리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친북세력과 김정은뿐”이라고 주장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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