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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창업한 동문 3800명 … 경일대는 ‘CEO 인큐베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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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원하는 경일대 아이디어팩토리 사업단. [사진 경일대]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지원하는 경일대 아이디어팩토리 사업단.[사진 경일대]

졸업생 7만여 명의 경일대학교는 창업한 최고경영자(CEO) 수가 3800명에 이른다. 창업의 산실이라 할 만하다. 이런 성과 덕분에 지난 2015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선 졸업생 창업 비율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강형구(51) 창업지원단장은 “1963년 설립된 경일대는 산업체 근로자를 위한 개방대학과 산업대학을 거치면서 창업과 산학협력이 대학의 DNA가 됐다”고 설명했다.

총장 직속 사업단·창업센터 가동 #“기발한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학생들과 협업할 인프라 갖춰 #대학생 창업강좌, 동아리 20개 #일반인 기술창업 분야도 지원

경일대 창업지원단은 총장 직속 2개의 사업단을 비롯해 4개의 창업센터와 지원팀이 가동되고 있다. 특히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아이디어팩토리사업단은 학생 창업 동아리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학생 아이디어 발굴 126건, 시제품 제작 18건, 참여 학생 취업 연계 21건, 특허 출원 6건 등의 성과를 거뒀다. 강 단장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협업 체계와 언제든지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교내 인프라가 잘 구축된 결과”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시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일대는 지난 2011년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이후 성과 면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6년 동안 총 218개의 아이템 사업화를 추진했으며, 이 중 215개 팀이 창업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 기간에 고용한 인원은 198명, 매출은 총 300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대학생 창업강좌 20개를 운영하며, 창업 동아리 20개를 발굴해 지원한다.

경일대를 대표하는 창업프론티어인 디자인 회사 버브의 고해진 대표. [사진 경일대]

경일대를 대표하는 창업프론티어인 디자인 회사 버브의 고해진 대표.[사진 경일대]

이 학교 산업디자인과 출신 고해진(26) 대표는 경일대를 대표하는 창업 프런티어다. 그는 2010년 산업디자인과가 생긴 이래 배출된 40여 명의 졸업생 중 유일한 CEO다. 졸업을 앞둔 2015년 동료들이 “어떻게 하면 취업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고 대표는 과감하게 창업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는 “회사에 들어가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보다 무엇을 하든 내 일을 하고 싶었다”며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산업 디자인이라면 자신이 있었고, 특히 사무용품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을 하겠다고 선포했지만, 앞이 막막했다. 제품 디자인과 생산은 자신 있었지만, 회사 대표로서의 자질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일단 창업 강좌를 열심히 쫓아다녔다. 고 대표는 “전공과는 무관한 세무 회계 등이 낯설었는데 창업 강좌를 통해 착실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후 첫번째 수주는 간단한 사무용품 주문 제작이었다. 창업 지원단에서 만난 학생 창업팀부터 일반인 CEO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총 창업 비용은 4500만원. 이중 4000만원을 학교에서 지원받았다. 고 대표는 “사무실도 학교에서 무료로 임대해 줘 창업 지원단의 지원금 외에 들어간 돈은 500만원 뿐”이라고 했다. 창업 3년째를 맞은 고 대표의 디자인 회사 ‘버브’는 현재 사무용품을 비롯해 리빙·인테리어 분야까지 진출했다.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을 거의 혼자 힘으로 꾸려나간다는 점이다. 직접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디자이너스오투’를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빼고는 거의 모든 일을 혼자서 한다. 1인 창업에 1인 기업이다.

버브에서 만든 사무용 자석 ‘쉘넷’. [사진 경일대]

버브에서 만든 사무용 자석 ‘쉘넷’. [사진 경일대]

경일대는 학교 출신이 아닌 일반인의 기술창업 분야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선테크 한병삼(45) 대표는 스마트형 발광다이오드(LED) 비전검사장비를 개발해 지난해에만 매출 32억원을 올리며 13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달성했다. 이 밖에도 프로그램 등록 3건, 특허출원 1건 등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R&D)에도 나서고 있다.

선테크에서 개발한 LED 비전검사장비는 휴대용이라는 강점이 있다. 한병삼(45) 대표는 “LED 제품의 불량을 검사하는 기존 검사기기는 대부분 대형이지만, 우리는 가로·세로·높이가 30~60㎝에 불과하다”며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디스플레이 생산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선테크는 올해 1분기에만 1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일대는 또한 동문 출신 기업인들과 활발한 산학협력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자공학과 김진호 교수는 ‘차량번호판 인식기술’과 ‘도로방법용 CCTV 안면검출 기술’을 개발해 동문 기업인 한맥아이피에스에 기술을 이전해줬다. 2011년 연 매출 15억원이었던 한맥아이피에스는 이를 기반으로 5년 만에 매출 86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과 아이디어팩토리 사업, 정부재정지원 사업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아 떨어져 이룬 성과다.

경일대는 창업지원단을 보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여기고 있다. 강 단장은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기 보다는 창업 때의 리스크를 줄이고 창업 후 사업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데 창업 교육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 스타트업 기업의 등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모델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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