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도난당한 신분증 때문에 전과자 될뻔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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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사진 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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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증을 도난당한 사람이 2차례나 전과자로 몰릴 뻔한 일이 발생했다.

부산지법 민사4부(부장판사 김성수)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고 국가가 A 씨에게 700만 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20대에 신분증을 도난당했던 A씨는 남의 전과를 뒤집어쓰는 등 2차례나 전과자로 몰리는 피해를 보았다.

1984년 B씨에게 신분증을 도난당한 A씨는 절도 등을 저지르고 자신의 명의를 도용한 B씨로 인해 범죄자로 몰렸다. 1987년에는 B씨 때문에 마약사범 전과기록이 생겼고, 13년 뒤 이 사실이 밝혀지며 2000년 2월에야 전과기록이 삭제됐다. 이 일로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2000년 7월 법원의 결정에 따라 B씨로부터 3000만원을 받았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5년 6월, A씨는 자신이 도박죄로 즉결심판 결과 벌금 5만 원에 처했다는 즉결심판서를 받았다. 알고 보니 2015년 5월 도박을 하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된 B씨가 신분증을 제시하라는 경찰의 요구에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댔던 것이다.

경찰관은 B씨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부산지법은 같은 해 6월3일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채 도박죄로 벌금 5만원을 선고했다.

B씨의 구속으로 A씨의 즉결심판기록은 삭제됐지만, A씨는 "경찰관의 과실로 즉결심판을 받게 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1심에서 "국가는 B씨에 700만원을 배상하라" 판결했지만, 정부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은 채 B씨가 불러주는 주민번호만으로 신원으로 확인한 것은 경찰의 신원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A씨가 경찰의 과실로 즉결심판을 받아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실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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