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이냐"… 농민들 보 개방 결정에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4대강 6개 보의 상시개방을 결정하자 가뭄이 심각한 자치단체와 농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수문을 개방하면 수위가 낮아지고 농사에 사용할 물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다음 달 1일부터 보를 상시 개방하게 된 금강 공주보. 현재 8.75mm인 관리수위가 8.55mm로 낮아지게 된다. 공주=신진호 기자

다음 달 1일부터 보를 상시 개방하게 된 금강 공주보. 현재 8.75mm인 관리수위가 8.55mm로 낮아지게 된다. 공주=신진호 기자

2015년에 이어 2년 만에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는 충남지역 농민들은 “왜 지금이냐, 모내기나 마치고 개방해도 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세종시 장군면에서 농사를 짓는 임모(74)씨는 “올해는 더 가물고 더위도 일찍 온다는 데 물 공급이 안 되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내기철 맞아 수위 낮아질까 걱정 "물 한방울 아쉽다" 하소연 #낙동강 함안보물 끌어다 쓰는 창녕지역 용수공급도 차질 우려

금강 공주보는 현재 관리수위 8.75m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1일부터 2~3일간 단계적으로 수위를 낮춰 8.55m까지 조절하게 된다. 공주보의 저수 용량은 1550만㎥로 수위를 0.2m 낮추면 하루 평균 120만t의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야 한다.

금강 공주보에서 상류 쪽으로 8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장기1양수장. 양수장에서는 금강 물을 끌어다 세종시와 공주시 농경지에 공급한다. 공주=신진호 기자

금강 공주보에서 상류 쪽으로 8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장기1양수장. 양수장에서는 금강 물을 끌어다 세종시와 공주시 농경지에 공급한다. 공주=신진호 기자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에는 56개의 양수장이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공주보에서 상류 쪽으로 8㎞가량 떨어진 장기1양수장(공주시 석장동) 등 대형양수장은 금강 물을 끌어다 세종시·공주시 지역 460㏊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공주시 관계자는 “지난 23일 ‘수문 개방에 신중해달라’는 요구서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며 “저수량이 많을 때는 언제는 물을 끌어다 공급할 수 있지만 수량이 줄어들면 제한급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낙동강 창녕 함안보 주변 주민들도 걱정이 크다. 창녕지역 대부분의 마을이 낙동강에서 물을 끌어와 저수지에 모아둔 뒤 농사 때 쓰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낙동강 물로 과수원과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함안보에서 15㎞가량 떨어진 창녕군 창녕읍 신당마을 김부식(70) 이장은 “함안보 물을 얼마나 뺄지는 모르겠지만 보 수위가 낮아지면 저수지 물도 줄 수밖에 없다”며 “아직 모심기를 안 한 곳도 있고 앞으로도 물이 계속 필요한 시기인데 왜 지금 보를 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농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결정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보를 상시 개방하게 된 영산강 죽산보. 드론을 띄워 내려다 본 강 하류가 상류에 비해 선명한 녹색을 띠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 결정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보를 상시 개방하게 된영산강 죽산보. 드론을 띄워 내려다 본 강 하류가 상류에 비해 선명한 녹색을 띠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산강 죽산보 주변 농민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죽산보의 경우 개방을 하면 관리수위 3.5m에서 1m가량 내려간다. 주민들은 “농업용 양수장 취수 장치가 이보다 더 아래쪽에 설치 돼 있어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수심이 더 낮아질 경우 34년 만에 열린 영산강 뱃길이 다시 끊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산강 내륙 뱃길 운항은 하굿둑 준공과 낮아진 수심 영향으로 1977년 중단됐다가 2011년 다시 시작됐다. 전국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영산강 죽산보에만 유일하게 배가 지날 수 있는 통선문이 있다.

공주·창녕·나주=신진호·위성욱·김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