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 다른길 가는 야당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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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의 갈림길에서 야당들의 선택이 엇갈렸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일단 협조의 길을 택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다른 길을 택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주재했다.강정현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주재했다.강정현 기자

29일 국민의당은 최종 결론을 내기전인 오전과 오후 두차례 의원총회를 열었다. 지도부도 수시로 머리를 맞댔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대승적 차원에서'를 이유로
협조 방침을 발표했다.

40석을 가진 국민의당의 입장 선회는 청와대와 여당에 가장 큰 힘이 됐다. 국민의당은 총리 인준을 위해 넘어야 하는 인사청문특위와 본회의에서 모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여당 5명에 야당 8명(한국당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으로 구성된 인사특위에서 국민의당이 여당에 협력하면 과반이 돼 청문보고서 채택이 가능하다. 본회의에서도 민주당(120석)에 국민의당(40석)을 합치면 160석으로 과반(150석)이 된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중앙포토]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중앙포토]

국민의당으로 하여금 '대승적 차원의 협조'를 선택하게 만든 키워드는 역시 '호남'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는 총리 인준의 선결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임명동의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대부분이었다. 초·재선들은 ‘선 사과 후-인준’에 방점을 찍었지만 상당수의 호남 중진들은 ‘선(先) 인준-후(後) 재발방지’로 분위기를 잡아나갔다고 한다. 결국 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관련 언급을 하면서 선 임명동의안 처리로 결론이 났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전남지사 출신 총리 후보자를 내치는 건 부담이었다. 애초부터 정치권에서는 “호남의 지지기반을 둔 국민의당이 인준에 반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비공개 의총에서는 "잘못하면 한국당과 같은 ‘보수야당’으로 분류돼 호남에서의 당 지지율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고 한다. 광주에 지역구를 둔 중진 의원은 “우리입장이 단순한 야당은 아니다”며 “자칫 민주 정부 출범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될까 두렵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당 입장 변화에는 향후 정부ㆍ여당에 빚을 만들어놓자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 비례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장기적으로 생각해볼때 문 정권과 각을 세우고 비판 및 견제하려면 지금 시점에서는 대승적으로 판단해줄 필요가 있다”며 “미래 정치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같은 보수성향의 정당이지만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엇갈렸다. 바른정당은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감안해 향후 인준절차에 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의총 끝에 인준 절차에 협력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선거전에 약속한 내용을 이행 하라는건데 그걸 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총리 인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이미 발표한 일부 후보자 중 명백히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의 경우 지명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내세운 위장전입 기준 마련에 야당이 모두 난색을 표한 건 향후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를 찾아 장관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2005년 7월을 기준으로 이전의 위장전입자는 부동산 투기에 한해 문제를 삼고, 이후의 위장전입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정 원내대표는 “자의적 기준”이라며 “(이 후보자 부인처럼) 학교 교사 강남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한 것이 부동산 투기보다 더 나쁜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전입이 괜찮다는 기준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반대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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