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찾은 총리 인준…검증 공세는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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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초대 내각 인선의 돌파구를 찾았다. 문 대통령이 29일 ‘공직 배제 5대 원칙’의 준수 입장을 직접 표명한 데 이어 국민의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에 협조하기로 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대선 때 공약한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과 관련, “지금의 논란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같은)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문 대통령은 “제가 (지난 10일) 당선 첫날 곧바로 총리 후보자 지명을 한 것은 최대한 빠르게 내각을 구성해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인사탕평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곤 “그것(5대원칙)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약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그때 그때 기준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돼서도 안되니 앞으로의 인사를 위해서 국정기획자문위와 (청와대) 인사수석실ㆍ민정수석실 협의를 통해서 현실성 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는 새 인사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논란을 촉발시킨 위장전입과 관련해선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 관련자는 원천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회에서 여야 4당 원내대표를 만나 이같은 원칙을 설명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무관하게 국민의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안 처리에 협조하기로 했다”(김동철 원내대표)고 밝혔다. 107석을 가진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선거 전에 약속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정우택 원내대표)며 인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국민의당이 인준 찬성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재적의원(299명) 과반수(150명)를 충족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120명)과 국민의당(40명), 정의당(6명)을 합하면 과반(166명)이다. 바른정당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비판했지만 “인준절차에 응할 방침”(오신환 대변인)이라고 했다.

국회는 오는 31일 본회의를 예정해 놓은 상태다.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경우 새 정부의 조각(組閣)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총리 인준에 협조한 만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검증 공세는 보다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장관 인사청문회가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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