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강경화...이화여고 전교장과 관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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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29일 장녀가 이화여고 전 교장의 전셋집에 위장전입한 것에 대해 침묵했다.
이날 오전 8시56분쯤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인근에 마련된 임사사무실로 출근한 강 후보자는 “위장전입한 사실을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전세권자인)심모씨와 친척 관계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네, 네”라고만 하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강 후보자의 장녀가 위장전입한 서울 중구 정동아파트 502호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해당 주소에는 1994년 11월 3일 심모씨 명의의 전세권이 설정됐다. 심씨는 당시 이화여고 교장이었다. 심씨는 95년까지만 재임했지만, 해당 전세권은 2008년 8월 21일까지 그의 명의로 유지됐다. 곧이어 2008년 8월 21일부터 2010년 9월 30일까지는 학교법인 이화학원이 전세를 들어갔다.

강 후보자와 심씨가 어떤 관계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강 후보자와 심씨는 이화여고-연세대 동문이다. 심씨는 연세대 교수로 재직하다 이화여고 교장을 맡았다. 강 후보자는 이화여고-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강 후보자가 연세대에 재학(73년 3월~77년 2월)중일 때 심씨는 여학생처장, 학생지도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강 후보자는 중앙일보의 해명 요청에 “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본지는 심 전 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통화와 사무실 방문 등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심씨가 정동아파트 502호에 거주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1965년 건축된 정동아파트 502호는 44.96㎡(약 13평) 규모로, 나중에 이화학원이 심씨 명의의 전세를 승계한 것을 보면 502호는 학교 차원에서 필요해 빌린 것이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 후보자에 대한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강 후보자가 딸을 위장전입시킨 집은 본인이 말한 친척집이 아니라 전 이화여고 교장이 내놓은 전셋집이라는 등기부등본에 근거한 보도가 나왔다"며 "고위공직자로서 가장 심각한 거짓말 의혹까지 덧붙여진 상태”라며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위장전입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했다”며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후보에 한껏 기대했던 국민은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차세현·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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