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침해 기업에 정부 제재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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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성호 위원장

이성호 위원장

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첫 업무보고에서 인권침해 기업의 경영 활동에 대한 제재를 골자로 한 ‘인권 경영 방안’을 보고했다. 인권 경영 방안은 기업의 인권 친화적 활동을 유도하고 이에 반하는 기업에는 국가가 정책적인 제재를 가해 인권침해 행위를 예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권위 업무보고 ‘인권 경영’ 강조 #“정부 조달사업 때 불이익 주는 것”

인권위 관계자는 “업무보고에서 인권위가 정부에 제시하는 10대 인권 과제를 설명하며 기업과 인권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새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지난달 마련한 ‘새 정부 10대 인권 과제’를 국정기획위에 전달했다. 인권위의 10대 과제에는 ‘기업 인권 경영 확대’ 과제가 다섯째로 명시돼 있다.

인권위가 보고한 인권 경영 방안의 핵심은 ‘기업과 인권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National Action Plan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에 담겨 있다. NAP는 인권위가 지난해 9월 마련해 박근혜 정부에도 권고했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고 등으로 기업 인권침해의 심각성이 논란이 되면서다.

‘기업과 인권 NAP’는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추진 과제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인권 관련 정보 공시제도 ▶수출 관련 신용·정책금융 제공 및 투자 시 대상 기업 인권적 측면 고려 ▶공공 조달에 인권을 고려하는 제도 및 절차 마련 등이 포함됐다.

인권위 관계자는 “인권침해 문제가 있는 기업에 정부의 정책 금융이나 정부 조달에서 불이익을 받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책은 인권위 권고가 무기력했던 지난 정부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인권위의 위상을 강화하고 각 부처에 권고 이행률을 높이도록 독려하면서 향후 기업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의 NAP가 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인권 경영은 규제로 보면 안 되고 오히려 기업 지속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국가·공공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만 막아서는 우리 사회 인권을 증진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이날 인권 경영 방안과 함께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한 인권 보장 강화 ▶양극화 해소로 사회통합 및 삶의 질 향상 ▶인권선진국 도약을 위한 인프라 구축 ▶취약계층 인권 보장 강화 등을 보고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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