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우리도 부탄처럼 국민행복지수 만든다... 문 대통령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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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던 문재인 대통령이 부탄형 ‘국민행복지수’를 한국식으로 개발해 연내 도입을 지시했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28일 밝혔다.

'문재인 정부 인수위'에 해당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도 참가하고 있는 이 관계자는 “부탄 국민의 충만한 행복감에 관심이 많았던 문 대통령은 최근 ‘부탄형 국민행복지수를 참조한 한국식 지수가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며 “이는 단순한 지수 개발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중심을 국민 ‘삶의 질’에 두겠다는 상징적 조치”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서며 2주간 부탄을 방문해 체링 톱게 총리, 카르마 우라 국민행복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또한 귀국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로버트 케네디 미국 전 상원의원의 연설을 언급하며 “용기·애국심·유머 등은 국민총생산(GNP)에 포함되지 않지만 최루탄 생산은 들어가지 않느냐. 국민을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의 총집합이 GNP"라며 "국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정치에 대해 생각하고 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탄형 국민행복지수란 무엇일까. 히말라야에 있는 인구 75만명의 작은 나라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를 넘지 않지만, 국민의 97%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  부탄이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를 계량화해 공식 발표한 건 2008년부터다. ^평등하고 지속적인 사회경제 발전 ^전통가치의 보존 및 발전 ^자연환경의 보존 ^올바른 통치구조를 4대 축으로 심리적 안정, 건강, 시간 사용, 행정체계, 문화 다양성, 교육, 공동체 활력, 환경, 생활 수준 등 9개 영역에 33개 지표를 가미해 측정한다.

박진도 충남대 명예교수는 “부탄은 1970년대부터 불교적 전통문화에 기초해 삶의 질 향상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민행복지수’ 개념을 제안해왔다”며 “경제 수치만으론 사회 양극화 문제의 해법을 찾지 못한 세계 각국이 이후 ‘국민행복지수’를 중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엔도 1인당 소득,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반부패 등 6개 분야를 토대로 한 ‘세계행복보고서’를 해마다 내고 있다.
국제경제협력기구(OECD) 역시 2011년부터 주거, 건강, 일과 삶의 균형, 치안 등 11개 항목을 조사해 행복지수(Better Life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 2월 OECD가 발표한 행복지수에서 한국은 32개 회원국 중 31위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부탄형 '국민행복지수'가 부탄의 절대왕정을 옹호하기 위해 정서적 만족도 등 주관적 지수에만 의존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문 대통령 선대위 정책부본장이었던 홍종학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해소를 약속하고, 석탄발전소 중단을 지시하는 등 일련의 행보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행복'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국정철학에 담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최민우·추인영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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