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요일 안태근 전 검찰국장, 토요일 이영렬 전 지검장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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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 만찬’ 사건을 조사 중인 법무부ㆍ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이 28일 안태근(51) 전 법무부 검찰국장(현 대구고검 차장)을 소환조사했다. 이영렬(59)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 차장)은 전날 조사했다.

휴일에 잇따라 비공개 소환, 해당 식당에서 밥 먹으며 조사도 논란

합동감찰반은 이날 안 전 국장을 법무부 감찰반으로 불러 만찬 과정과 돈봉투 제공 경위 등을 물었다. 감찰반 관계자는 “경위서 분석과 현장 조사 등을 토대로 대면조사를 진행해 사실관계와 취지 등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감찰반은 토요일인 27일에는 이 전 지검장을 불러 조사했다. 나머지 8명의 다른 만찬 참석자에 대한 조사는 그 이전에 마친 상태였다. 감찰반 관계자는 "안 전 국장에 대한 조사로 만찬 참석자 10명 전원과 사건 관련자 10여 명 등 총 20여 명을 조사했다. 관련 계좌내역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 처리에 대한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감찰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참석자 중 서울중앙지검 부장급과 법무부 과장에 대해서는 경징계 내지는 징계를 하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정 농단 사건’ 수사 종료 나흘 뒤인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 B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70만∼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감찰을 지시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대구ㆍ부산고검으로 발령을 냈다.

핵심 감찰 대상자에 대한 주말 비공개 소환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도 커가고 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이미 주요 의혹 사항이 드러나 국민적 관심 사안이 된 상황에서 이렇게 비공개로만 일관한다면 ‘요식행위 감찰’또는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들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감찰반이 사건 현장에서 점심식사을 겸한 현장조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 이 역시 논란거리가 됐다. 법무부와 대검에 따르면 법무부 감찰반 관계자들은 지난 22일 ‘돈 봉투 만찬’ 장소인 B식당에 현장 조사차 찾아갔다. 이들은 식당 관계자들에게 만찬 당시 상황을 묻고 이 전 지검장ㆍ안 전 국장 일행이 식사를 한 방의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 식사를 했다.

검찰 안팎에선 감찰반 관계자가 식사하면서 현장 조사를 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나도 감찰 부서에서 일한 적이 있지만 사건 현장을 감찰하면서 식사를 했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생각해본다면 감찰에 임하는 기본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 정서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강제조사를 할 법적 근거도 없고, 해당 사건장소가 영업장소여서 자연스럽게 조사를 하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식당 관계자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꼼꼼히 확인했고 다만 그 과정에서 식당 주인이 ‘기자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손님이 없다. 밥이라도 한끼 팔아달라’고 권유해 식사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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