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800대 운행되던 전차, 지금은 두 대만 남았다는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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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호 22면

서울의 전차(1899~1968)

1899년 서대문과 청량리를 잇는 노면 전차가 개통됐다. 일본의 교토에 이어 동양에서는 두 번째로 기록된 노면 전차였다. 짚신을 신은 튼튼한 두 다리, 인력거와 우마차가 교통수단의 전부였던 사람들에게 전차는 유원지의 놀이기구에 가까웠다. 오직 전차를 타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목적지도 없이 그저 하루종일 전차의 나무의자에 앉아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를 무한 반복으로 왕복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말이나 소가 끌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이는 전차는 신기한 구경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같은 해 노량진과 제물포 사이에 개통되었던 증기 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로 움직이는 전차는 근대문물의 상징이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던 1960년대 후반까지 전차는 서울 시내를 종횡으로 누비고 다녔다. 65년 서울의 전차 노선의 길이는 총 40km가 넘었고 하루 운행 대수가 2800대에 달했다. 평균 승차 인원은 44만 명 이상이었다. 전차를 타지 않고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가는 일은 거의 불가능했다.

정연석의 Back to the Seoul

하지만 사용연수 30년을 훨씬 넘긴, 폐차 직전의 차들은 수시로 고장을 일으켰다. 도로 한가운데 멈춰선 전차들로 인해 교통체증이 발생했고, 적자도 누적됐다. 결국 전차는 68년 역사의 저편으로 퇴장해버렸다. 자동차가 점점 늘어나는 스피드의 시대가 되면서 전차의 느긋한 속도 또한 은퇴를 결정지은 무시 못 할 요인이었다.

서울의 전차는 현재 두 대만 남았다. 서울역사박물관에 있는 381호(오른쪽 사진)와 국립서울과학관(현재 어린이과학관으로 리모델링중)에 있는 363호다.

정연석 : 건축가. 일러스트레이터. 도시와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스스로 도시 유목민을 자처한다. 드로잉으로 기록한 도시 이야기 『기억이 머무는 풍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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