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직구' 오승환 보는 앞에서...'변화구'로 첫 세이브 올린 류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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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30·LA 다저스)이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첫 세이브를 올렸다. 빠른 볼 대신 변화구 위주로 던지며 땅볼 타구를 유도하는 영리한 투구를 펼쳤다.

류현진투구

류현진투구

류현진은 2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홈 경기에서 6-3으로 앞선 6회 초 선발 마에다 겐타(29)를 구원 등판해 4이닝 동안 2피안타·2탈삼진·1볼넷 무실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류현진은 지난 7번의 선발 등판에서 2승 5패, 평균자책점 4.85를 기록했고, 결국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다저스가 7-3으로 승리를 했고, 류현진은 불펜투수로 보직이 바뀐 이후 첫 등판에서 자신의 첫 세이브까지 올렸다.

어색한 자리에 선 류현진은 평소처럼 공을 뿌렸다. 4이닝 동안 51개의 공을 던진 그는 직구(11개) 대신 체인지업(16개), 슬라이더(13개), 커브(11개) 등 변화구를 위주로 투구했다. 변화구만 74.8%를 구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에 그쳤다.

 특히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사용해 효과를 봤다. 낮게 제구된 류현진의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한 세인트루이스 타자들은 내야땅볼을 8개나 날렸다. 2015년 어깨 수술 전 평균 시속 147㎞의 빠른 공을 뿌렸던 류현진은 복귀 후 직구 스피드가 4~5㎞ 가까이 떨어졌다. 직구 스피드가 떨어지면서 장타 허용이 늘었고, 올 시즌 초반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최근 변화구 위주로 투구 패턴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 상대 타선의 성향에 따라 체인지업 또는 커브를 주로 던지며 혼란스럽게 했다. 10실점한 12일 콜로라도전처럼 결과가 나쁜 경우도 있었지만 시즌 초반보다 마운드 위에서 훨씬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당분간 류현진은 선발투수처럼 4일 이상 휴식을 취하며 등판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선발로 올라가기 전까지 이날 경기처럼 3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보조 선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인트루이스 마무리투수 오승환(35)은 팀의 패배로 등판하지 않았다. 경기 후 류현진은 "내가 등판할 때 (오)승환이형 같지 않았냐"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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