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경전철 파산] 잘못된 수요 조사로 적자에 시달리는 민간투자사업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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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경전철은 민간투자사업을 위해 설립된 공익 목적의 특수법인이 파산한 첫 사례다. 민간투자사업은 말 그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국내 대형 사업의 상당수가 이런 방식으로 건설됐거나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교통량·수지분석 등 타당성 조사가 허술하게 이뤄지면
의정부경전철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자가 나면 정부나 지자체가 대신 물어줘야 하다 보니 세금이 빠져나간다.

용인시, 경전철 관리비 등으로 매년 450억원 지출 #부산ㆍ김해 경전철도 적자로 매년 420억원 지자체가 부담 #"단체장 업적 남기기위한 한탕주의 문제"

잘못된 수요 조사로 적자에 시달리는 곳도 많다. 2013년 4월 개통한 용인경전철은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16만1000명(2004년 한국교통연구원)에서 3만3000명(2010년 경기개발연구원)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실제 이용객은 1만9000~2만명 수준이다.

이로 인해 용인시는 경전철 관리운영비와 민간투자비 상환금 등으로 매년 450억원 상당을 지불하고 있다.
2011년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도 17만6000명이 예상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실제 이용객은 3만~5만 명에 이르면서 매년 420억원을 지자체가 물어주고 있다.

850억원 이상 투입됐지만, 아예 써보지도 못하고 철거된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민간투자방식으로 관광용 소형 모노레일로 재추진하다 또다시 사업이 중단됐다. 인천시는 소형 모노레일 사업을 재정사업으로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이번 일이 다른 사업으로도 번질 수 있다"며 "민간투자로 진행됐다고 해도 엄연한 공공시설인데 갑작스럽게 파산을 하면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장이 업적을 남기기 위해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한탕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임승빈 명지대 교수(행정학과)는 "의정부에는 이미 지하철 1호선이 연장 운행되고 있었는데도 수요 인구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전철을 추진한 것이 문제"라며 "수요 예측 등에 실패한 책임을 중앙 정부와 의정부시에 묻고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임명수·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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