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블랙리스트'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자기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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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 [사진 일간스포츠]

배우 송강호. [사진 일간스포츠]

영화배우 송강호가 2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 앵커가 그에게 지난 정부의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리스트, 이른바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송강호는 이렇게 답했다.

"문제는 가장 무섭다고 생각했던 게, 그런 소문만으로도 어느 정도 블랙리스트의 어떤 효력이 발생된다라는 점이죠. 예를 들면 제가 어떤 작품을 선택할 때 각본을 읽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아, 이 작품은 또 정부에서 싫어할 내용 같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송강호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좀 당황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주변에서도 혹시 불이익을 받지 않았나 걱정해 주시는 분도 많이 계신데, 물론 '변호인'을 제작한 제작자나 투자하신 투자사 분들이 조금 곤란을 겪고 어느 정도 불이익을 받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앵커가 송강호의 대답에 "흔히 얘기하는 자기검열을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자, 송강호는 이에 "그렇다"라고 말했다.

송강호는 "자기 검열을 하다 보면 심리적인 위축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저뿐만이 아니라 그 리스트에 오르신 수많은 예술가분들의 어떤 가장 순수하게 예술적인 판단만을 해야만 될 때, 이런 우려가 끼어든다는 것이 가장 불행한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자기검열이 불러오는 억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송강호는 올해 새 영화 '택시운전사' 개봉을 앞두고 있다. 1980년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광주로 가려는 독일 출신 기자를 승객으로 만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한국의 현대사를 택시운전사의 눈으로 전하는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라는 영화의 극 중의 제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다' 그러니까 이 말을 택시운전사니까 어떤 직업윤리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보다 인간의 도리를 얘기하지 않나, 그렇게 저는 생각이 들었다"며 "택시운전사는 과연 도대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시선으로 80년 광주를 보지 않나. 그런 점에서 다른 작품들하고 좀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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