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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열어 생태계 복원하자” “염분 역류해 농사 망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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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낙동강 하구에 건설된 하굿둑. 새 정부들어 수문 개방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사진 부산시]

낙동강 하구에 건설된 하굿둑. 새 정부들어 수문개방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사진 부산시]

낙동강 하굿둑 수문개방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물 관리를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과 4대 강의 16개 보 가운데 6개 보 개방을 지시하면서 개방이 조기에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굿둑 개방은 문 대통령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서 시장은 2015년 9월 “2025년까지 하굿둑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부터 하굿둑 개방을 요구 중인 ‘낙동강 하구 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협의회)’ 김경철(56) 집행위원장은 “수문 개방 등 수자원 정책과 관련해 환경부에서 조기에 입장을 낼 것으로 판단된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국토부도 수문 개방 관련 용역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낙동강 하굿둑 개방 놓고 의견 갈려 #문 대통령, 6개 보 내달 우선 개방에 #대선공약이던 하굿둑 개방도 기대 #수문 개방 땐 1만8000명 농민 피해 #설득·보상문제 해결 쉽지 않을 전망

낙동강 하굿둑은 1987년 을숙도 좌안에 10개 수문, 2013년 4대 강 사업으로 을숙도 우안에 5개 수문 형태로 건설됐다. 사하·강서구를 잇는 길이 2230m, 높이 18.7m 규모다. 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하는 곳을 막아 염분으로 농사가 힘들었던 낙동강 인근 4억㎡의 땅을 확보해 식량을 생산하고, 강 수위를 높여 부족한 식수와 농·공업용수(6억4800만t)를 확보하자는 목적이었다. 바닷물이 강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한해 100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찾던 을숙도는 하굿둑 완공 후에는 철새가 기존의 5~10% 수준으로 줄었다. 부산시가 을숙도 살리기 운동을 한 2003년 이후에는 20여만 마리가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구의 명물이었던 재첩 등 생물종 60여 종의 절반이 자취를 감췄다는 보고도 있다. 생태계가 파괴된 것이다. 환경단체 등은 낙동강 보 건설 등으로 하굿둑 건설의 목적이 약해졌다며 수문을 개방해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자고 주장한다. 4대강 사업 이후 강물 정체 현상이 녹조류 번식으로 이어져 하굿둑 건설의 핵심이유였던 식수원 취수마저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한다. 단계적으로 수문 일부를 열어서 상류의 염분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 뒤 개방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근 농민들은 “수문을 개방하면 염분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경남도 등 낙동강 인근 자치단체의 입장도 비슷하다. 논란이 일자 환경부는 2013~2015년 두차례 생태 복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연구를 했다. 그 결과 환경부는 “수문의 단계적 개방은 가능하고 그렇게 되면 상류 10㎞까지 바닷물과 강물이 교차하는 기수역이 복원될 수 있다. 완전 개방 때는 상류 27㎞(현 물금·매리취수장)까지 염분이 올라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낙동강 수질 문제와 결부돼 있어 타 지자체와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라며 개방에 소극적이었다. 문제는 수문 개방으로 농경지 피해를 입을 하구 농민 1만8000여 명의 설득과 보상이다. 대체 식수 등 각종 용수 마련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구 복원과 관리 등에 관한 법률도 마련돼야 한다.

박종렬 부산시 하천살리기 기획팀장은 “하굿둑 건립 당시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며 “다양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하굿둑 개방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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