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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들 문준용 작가의 인터랙티브 작품도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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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시장에 젊은 바람이 분다. 1980년대생을 중심으로 새로운 매체를 활용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이 속속 열리고 있다. 그 중 서울 삼청로 금호미술관에서 24일 개막한 '빈 페이지 Blank Page'는 미술 외적인 요소로도 눈길을 끄는 전시다. 모두 일곱 팀의 참여작가 가운데 문준용 작가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란 점에서다. 이날 오전 열린 전시장 투어에도 젊은 작가들 기획전으로는 꽤 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문준용 작가의 작품 '비행'. 2017, 빔 프로젝터, 키넥트 센서, 사운드, 컴퓨터, 맞춤형 소프트웨어(유니티), 가변크기사진=금호미술관

문준용 작가의 작품 '비행'. 2017, 빔 프로젝터, 키넥트 센서, 사운드, 컴퓨터, 맞춤형 소프트웨어(유니티), 가변크기사진=금호미술관

 2층 전시장에 설치된 문준용 작가의 '비행'은 새로운 기술의 활용,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스크린 앞의 특정 지점에 관람객이 서서 날갯짓하듯 양팔을 움직이면 키네틱 센서가 이를 감지, 스크린에 검은 선으로 이미지가 그려진다. 하늘을 날 때 공기의 저항을 받게 되듯, 관람객의 움직임은 곧이곧대로 스크린에 옮겨지기보다 그 움직임의 속도와 흐름으로 이미지의 전개에 영향을 주곤 하는 방식이다.
 건국대 시각멀티디자인학과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디자인&테크놀로지 석사과정을 나온 문준용 작가는 현재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Play art, 놀이하는 미술'에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앞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주제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의 기획전 등 국내외 여러 단체전에 참여했고 2012년 서울과 뉴욕에서 각각 개인전을 연 바 있다.

박제성 작가의 작품 '여정', 2015, 단채널 영상, 사운드, 26분 16초, 가변크기사진=금호미술관

박제성 작가의 작품 '여정', 2015, 단채널 영상, 사운드, 26분 16초, 가변크기사진=금호미술관

 이번 전시는 문준용 작가의 유명세만 아니라 젊은 작가들의 다채로운 시각과 다양한 작업방식에 골고루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점에서도 눈길을 끄는 전시다. 같은 2층에 설치된 박제성 작가의 '여정'은 RPG게임에서 볼 법한 그래픽 공간을 광활하게 펼치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휘날리는 깃발, 소리는 나는데 사람은 없는 롤러코스터 등 초현실적 이미지를 동영상으로 선보인다. 박제성 작가는 "게임공간을 사유의 공간으로 삼을 수 없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롤러코스터는 "고통을 쾌락으로 바꾸는 놀이기구"인 동시에 "윤회"를 상징한다는 설명이다.

박여주 작가의 작품 '불안한 여행'. 2015, 아크릴유리, 물푸레나무, 형광등, 가변크기사진=금호미술관

박여주 작가의 작품 '불안한 여행'. 2015, 아크릴유리, 물푸레나무, 형광등, 가변크기사진=금호미술관

 3층에는 박여주 작가의 '불안한 여행'이 있다. 본래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평소 좋아하는 그림 중에도 키리코의 '불안한 여행'(1913) 속 공간을 입체로 재해석하는 작품을 내놨다. 관람객이 작품에 다가가려면 키 낮은 구조물 아래를 지나야 하는데다 붉은 조명이 더해져 2차원 회화와 3차원 공간, 상상과 실재의 미묘한 경계를 넘어서는 느낌을 준다. 같은 층에 설치된 2인조 작가 진달래&박우혁의 작품 '패턴 연습'은 기하학적 도형의 영상을 전시장 3면에 투사하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더해 낯선 공간감을 불러낸다.

진달래 박우혁 작가의 작품 '패턴 연습', 2017, 4채널 영상, 사운드, 목재 구조물, 가변크기사진=금호미술관

진달래 박우혁 작가의 작품 '패턴 연습', 2017, 4채널 영상, 사운드, 목재 구조물, 가변크기사진=금호미술관

 이처럼 시각적 요소만 아니라 청각, 그리고 후각까지 활용하는 작품도 여럿이다. 지하층에 설치된 김주리 작가의 '일기(一期) 생멸(生滅) Ⅱ'는 바닥에 깔린 마른 들쑥의 짙은 향기과 인공조명을 통해 관람객이 마치 깊은 밤 자연의 풍경 안에 들어온 착각을 안겨준다. 반대로 박재영 작가의 '아일랜드 에피소드:스쳐 지나가던 사람들'은 도시적인 데오도란트 냄새와 더불어 가늘고 긴 틈을 통해서만 보이는 빛과 영상, 그리고 내용을 분별하기 힘든 소리로 호기심을 부른다.
 목재와 실과 모터 등으로 아날로그 기계 같은 조형작품을 선보여온 양정욱 작가는 그림자의 미세한 움직임이 특징인 '저녁이 돼서야 알게 된 세 명의 동료들'을 1층에 선보인다. 서로 타인으로 일터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그 날 일을 마치고 퇴근길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작품에서처럼 그림자를 이루는 모습에 대한 구상은 작가 자신이 택배회사의 물류센터에서 일해본 경험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8월 31일까지. 관람료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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