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추가테러 대비 무장군인 5000명 투입

중앙일보

입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 이후 2차 테러를 막기 위해 영국 전역에 최고 단계의 테러 경보를 발령하고 무장 군인을 배치했다.

테러경보 최고 단계인 ‘위급’ # 용의자는 축구팬인 평범한 청년 # 희생자 추모행렬도 이어져 # #

메이 총리는 테러 발생 다음날인 23일 밤(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성명을 통해 “광범위한 테러 집단이 이번 공격에 연계됐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테러 위협 경보를 4단계 ‘심각(Severe)’에서 최고 단계인 5단계 ‘위급(Critical)’으로 격상했다. 그러면서 추가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최대 5000명의 무장 군인을 경찰과 함께 주요 도심 거리에 투입하는 ‘담금질 작전(Operation Temperer)’을 발효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4일 보도했다. 런던 시내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있는 버킹엄궁과 의회가 위치한 웨스터민스터 사원, 다우닝가 총리관저에도 군인이 배치됐다.

맨체스터 테러 희생자 추모식이 열린 현장. 추모객들은 촛불로 하트를 만들었다. [AP 연합뉴스]

맨체스터 테러 희생자 추모식이 열린 현장. 추모객들은 촛불로 하트를 만들었다. [AP 연합뉴스]

메이 총리는 “주요 거점을 경비하는 무장경찰을 군 병력으로 대체하고 핵심 시설을 보호하는 경찰관의 수를 크게 늘리는 게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에서 군인들이 공공안전을 지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치는 경찰이 리비아계 영국인인 살만 아베디(23)를 자폭테러범으로 지목한 가운데 아베디가 테러집단의 일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앰버 루드 내무장관은 “아베디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베디는 1994년 12월 말 맨체스터에서 리비아 이민자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현지 샐포드대학을 다니다가 중퇴한 후 최근까지 빵집에서 일했다고 한다. 친구들은 “아베디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축구팬이며 본인도 축구를 잘했다”고 그가 평범한 생활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베디의 가족이 다니던 지역 모스크의 무함마드 사이드는 “내가 이슬람국가(IS)를 비판하는 설교를 하자 아베디가 나를 증오에 가득찬 얼굴로 바라봤다”고도 말했다.

한편 새피 로즈 로우소(8), 올리비아 캠벨(15) 등 22명 테러 희생자 신원이 속속 확인되면서 추모행렬도 이어졌다. 특히 로우소는 엄마ㆍ언니와 함께 22일 당일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를 보러 왔다가 참변을 당했다.

23일 밤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수 천명이 맨체스터 중심가 성 앨버트 광장에 모여 ‘I♡MCR(맨체스터)’ 플래카드를 들었다. 비극 앞에서 사람들은 “사랑은 항상 증오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모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경희ㆍ이기준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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