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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인터뷰] '꿈의 제인' 이민지에게 반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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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의 제인' 이민지 [사진 STUDIO 706 라희찬]

영화 '꿈의 제인' 이민지 [사진 STUDIO 706 라희찬]

[매거진M] ‘꿈의 제인’(5월 31일 개봉, 조현훈 감독)을 한 줄로 요약해본다. 가출 청소년 소현(이민지)과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의 우정? 약자의 연대? 어떤 말이든 무성의하게 들린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애초에 가능한 일인가. ‘꿈의 제인’은 정곡을 찌르는 영화가 아니다. ‘꿈의 제인’은 보는이의 마음을 서서히 물들이고, 적시다가 끝내 완전히 장악해버리는 영화다.

'꿈의 제인' 이민지 "내가 평범해 보여요?"

‘응답하라 1988’(2015~2016, tvN)의 미옥으로 익숙한 이민지는 이 영화에서 불행이 드리운 한 소녀의 쓸쓸한 초상을 섬세한 감각으로 완성한다. 그의 연기는 소현을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만드는 힘이 있다.

#‘꿈의 제인’ 그리고 소현
 “소현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이예요. ‘가출팸’에서도 외톨이 신세고요. 엄마도 없고, 새끼발가락도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 그 어린애의 심정이 느껴지니, 함부로 대사를 뱉을 수 없겠더라고요. 극 후반부 궁지에 몰린 소현이 “방법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같이 있을 수 있는지”라고 털어놓을 때, 저 역시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어요. 감정을 섣불리 드러내지 않고 꾹꾹 눌러가며 연기했는데, 그 미묘한 감정선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해 가을
“2015년 가을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과 ‘꿈의 제인’을 동시에 찍었어요. 현장에서 근근이 새우잠 자면서 두 작품에 매달렸죠. 둘 다 제겐 소중해요. ‘응팔’은 배우 이민지를 세상에 알려준 계기가 됐고, ‘꿈의 제인’은 배우로서 계속 달려갈 수 있는 힘이 됐으니까.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꿈의 제인’으로 여자배우상을 탔을 때, 단상에 올라가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 이제 계속 배우를 할 수 있겠구나.” 꿈 같은 일이었죠.”

영화 '꿈의 제인' 구교환, 이민지 [사진 STUDIO 706 라희찬]

영화 '꿈의 제인' 구교환, 이민지 [사진 STUDIO 706 라희찬]

#폴 다노와 구교환 
“‘데어 윌 비 블러드’(2007,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프리즈너스’(2013, 드니 빌뇌브 감독)의 배우 폴 다노를 좋아해요. 얻어맞고, 감금당하고…, 변태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그가 영화에서 고통받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요. 벼랑 끝에서 독기를 뿜는 그 연기들,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대사를 내뱉는 방식도 어찌나 독특한지. 신기한 게 구교환 오빠도 그런 독특한 자신만의 호흡이 있어요. 보통 사람과는 다른 리듬으로 말한다고 해야 하나. 별거 아닌 대사에서도 뭔가 예상 못한 긴장감을 만들어요. 부러운 사람이죠.”

영화 '꿈의 제인' 이민지 [사진 STUDIO 706 라희찬]

영화 '꿈의 제인' 이민지 [사진 STUDIO 706 라희찬]

#얼굴은 나의 힘
 “못생기게 나와도 돼요. 사실 ‘응팔’의 망가진 모습 덕분에, 웬만하면 다들 실물이 낫다며 예쁘게 봐주세요. 제 얼굴은 사실 평범하죠. 캐리커쳐 그리러 가면, 너무 개성이 없어서 특징을 잡을 수 없대요. 나 같은 얼굴이 국정원에 딱인데(웃음). ‘아 이번 생은 망했어, 성형이라도 할까’ 싶은 생각도 했었는데, 평범한 얼굴이 제 장점 같아요. 무채색이잖아요. 어디 데려다 놔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그런 얼굴.”

#오디션의 달인 
“지금의 전 되게 애매해요. 독립영화계에선 완전히 메이저로 넘어간 배우라고 생각하고, 상업영화계에선 여전히 독립영화만 찍는 아이로 생각하거든요. 전 둘 다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들어오는 작품도 별로 없고, 요즘도 부지런히 오디션 보러 다녀요. 얼마 전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무실에 메일도 보냈어요. ‘이러저러한 영화에 출연한 한국 배우다. 오디션 기회만 주면 언제든 날아가겠다’고 겨우겨우 인터넷 번역기 돌려서 보냈는데, 전혀 답장이 없어요. 잘할 자신 있는데 말이죠(웃음).”

#서른 
“주로 의기소침하고 억압받는 캐릭터만 연기해왔어요. 영화나 드라마나, 다 저를 못 괴롭혀서 안달이었죠(웃음). 올해 서른이 됐는데, 교복 입은 역할은 이제 졸업하고, 나이대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당장 30대의 얼굴로 바뀔 순 없겠지만, 적어도 감정 표현은 확실한 배우란 걸 보여주고 싶어요. 시트콤처럼 감정을 대놓고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면 더 좋을 것 같은데(웃음).”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영화 '꿈의 제인' 구교환, 이민지 [사진 STUDIO 706 라희찬]

영화 '꿈의 제인' 구교환, 이민지 [사진 STUDIO 706 라희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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