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CIA 국장 "러시아 미 대선 개입 명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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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브래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러시아가 '뻔뻔하게' 미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점은 모두에게 명백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증언했다. 러시아의 개입을 지속적으로 부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존 브래넌 전 CIA 국장이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존 브래넌 전 CIA 국장이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의 외신에 따르면 그는 또 "지난해 대선 당시 러시아 해킹 혐의에 대한수사가 진행될 당시, 미국 시민과 러시아의 접촉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보 기관의 미국 대선 개입 우려가 점차 증가했다면서다. 지난 대선 기간 재임한 브래넌 전 국장은 지난 1월 퇴임했다.

브래넌 전 국장, 미 하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증언 #상원 정보위는 플린 사업체에 소환장 발부

그는 "러시아가 미국인들과 접촉하려는 숱한 시도를 우려했으며, 연방수사국(FBI)가 관련 이슈를 수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WP는 브래넌의 이 같은 의견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관련한 가장 상세한 공식 증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간의 내통이 실제로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인들과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내통이 있었는지는 모른다"면서 "오직 우려의 근거와 수사를 할 타당한 이유만 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브래넌 전 국장은 "러시아는 미국인을 포함한 개인을 매수해 그들이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선거에 개입하게 만든다"면서 "러시아는 그들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중개인이나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러시아와 연루됐는지 모르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 관료와 직접 접촉한 개인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브래넌 전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기밀을 흘렸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정보기관을 통하지 않고 러시아인들과 기밀 정보를 공유했다는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보공유 규약'을 위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감한 정보는 정보 기관을 통해서만 전달되어야 하며, 외국의 장관이나 대사에게 누설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상원 정보위는 내통 의혹의 핵심 인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관련 2건의 소환장을 다시 발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린 개인에 대한 게 아니라 플린인텔그룹 등 그가 소유한 회사 2곳에 대한 소환장이다. 플린과 그의 변호인은 의회 증언이 불리하게 작동될 수 있다면서 묵비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5조를 들어 증언은 물론 관련 자료 제출도 거부하는 꼼수를 부렸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사업체는 묵비권을 보장한 수정헌법 5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면서 공화당 소속인 리차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과 함께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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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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