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업과 창업] 수출 대박 ‘화물차 겸 죄수호송차’ … 인천대가 창업 지원했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인천대학교는 재학생들의 창업도 활발하다.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워크숍을 열고 있다. 인천대는 지난해에만 23개 아이템을 사업화했다. 또 기존에 창업한 13개 기업은 총 4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진 인천대학교]

인천대학교는 재학생들의 창업도 활발하다. 창업 동아리 학생들이 워크숍을 열고 있다. 인천대는 지난해에만 23개 아이템을 사업화했다. 또 기존에 창업한 13개 기업은 총 4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진 인천대학교]

인천대학교는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주관하는 전국 32개 창업선도대학 사업성과 평가에서 전국 1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인천대는 정부 지원금 35억원을 확보해 창업 지원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창업선도대학 1위 오른 인천대 #“호송차 안 쓸 땐 화물 운반차로” #러시아 주문 받고 개발 시작 #베트남·필리핀 등 104억원 매출 #퇴직 후 다시 뭉친 에너지 전문가 #기술·아이디어 있지만 자금 부족 #에너지로드 “인천대가 창업 멘토”

인천대 창업지원단은 창업진흥원이 선정한 8개 부문 중 2개 분야에서 우수 창업자를 배출했다. 에너지로드와 로한컴퍼니다. 두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187억원으로 스타트업 기업 중에서는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뤘다. 특히 로한컴퍼니가 올린 매출은 100% 수출을 통한 것이다.

인천대 창업지원단이 우수 사례로 첫손에 꼽는 신재생에너지 기업 에너지로드의 창업 스토리는 눈물겹다. 인천대 출신 이완구(48) 대표는 3년 전 에너지기업 임원으로 일하던 회사를 나왔다. 40대 중·후반의 동료 여러 명도 함께 퇴직했다. 모두 한창 일할 나이지만 회사의 경영 상태가 어려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무직 상태이거나 치킨 프랜차이즈 등을 하고 있었지만, 이 대표의 회사에 선뜻 합류하려 하진 않았다. 에너지 기업 창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로드

에너지로드

에너지로드는 어떤 회사

● 수익 모델 : 태양광 솔루션 업체에 제품 공급
● 주요 고객 : 태양광 발전사업자 및 공공기관
● 주요 채널 : 태양광 발전사업 업체 간 협의체 구성 및 인터넷 홍보
● 핵심 분야 : 태양광 발전시스템 턴키 수주
● 특허 : 태양광 접속반 (출원번호 : 10-2016-0145502)

이 대표는 제갈량을 모시는 유비의 심정으로 한 사람씩 쫓아다니며 규합했다. 창업 아이템은 태양광 발전의 접속반에서 화재 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등 안정성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화재 위험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 분야 전문가가 모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이었다. 이 대표는 “작은 회사의 경우 가장 어려운 점이 자금과 영업이다. 열심히 영업해 수주하더라도 자재를 구할 돈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이때 인천대에서 지원한 4150만원은 가뭄의 단비 같은 돈이었다. 사업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마중물로 긴요한 자금이었다. 이후 이 대표는 열정을 갖고 뛰어다녔다. 그는 “한 자재 업체가 물건을 대주겠다고 했지만 제공할 담보가 없었다. 그때 그 대표가 ‘왜 담보가 없냐. 당신이 담보야’라며 외상으로 자재를 대주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인천대를 찾아 수혜를 입은 ‘은혜’를 갚았다. 수익 중 일부인 500만원을 대학발전 기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창업에 발판에 돼 준 인천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열심히 사업을 키워 청년층은 물론 명예퇴직한 중장년층 근로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에너지로드 임직원의 꿈은 대박이 아니라 상생이다. 이 대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남들 퇴직할 때까지 일하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로한컴퍼니

로한컴퍼니

로한컴퍼니는 어떤 회사

● 수익 모델 : 중고 자동차 및 특장차 수출
● 주요 고객 : 개발 도상국의 화물·승합 업자
● 주요 채널 : 오토위니닷컴(수출차 전문 사이트), 현지 마케팅
● 핵심 분야 : 상용차 및 크레인
● 해외 진출 : 2013년 7월 러시아, 2011년 7월 필리핀, 2014년 2월 베트남

지난해 인천대 창업지원단에서 6000만원을 지원받은 로한컴퍼니는 죄수호송차를 만드는 독특한 회사다. 죄수호송차 사업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던 러시아 바이어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러시아·베트남·필리핀 등으로 중고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었는데, 러시아로부터 “죄수 호송차를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죄수 호송이 없을 때는 화물을 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특별한 요구가 있었다. 최한철(30) 대표는 곧바로 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술 개발이 막막했다. 이 때 인천대 창업지원단이 나섰다. 개발 비용으로 6800만원을 지원함과 동시에 특장차 부문에서 기술력을 갖고 있는 기업인 최병조씨를 멘토로 선정해 기술 자문을 하도록 연결했다. 최 대표는 “개발에 들어간 2015년, 회사의 매출은 35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이 0.5%로 자금 압박을 받고 있었는데 인천대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멘토로 나서준 선배 기업인에게 기술 자문은 물론 경영과 회계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고차를 사들여 죄수호송 목적으로 개조하는 특장차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뜻하지 않게 수출 계약이 연이어 이뤄졌다. 애초 러시아 시장을 보고 투자했지만, 때마침 베트남·필리핀에서 주문이 쏟아졌다. 죄수 호송과 함께 화물차 기능을 동시에 탑재한 덕분이다.

지난해에만 베트남 800대, 러시아 100대, 필리핀에 50대를 수출해 총 1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 대표는 “죄수호송차 개조 부문에서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각국 정부와 계약을 맺은 것이라 회사 신뢰도가 올라가 앞으로도 주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세계적인 죄수 호송차 업체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두 기업 뿐 아니라 지난해 인천대가 지원한 창업아이템 사업화 기업은 총 282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 대비 2배에 가까운 성과를 이뤘다. 또 86명을 신규 채용해 198명을 고용하는 성과를 냈다.

인천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창업 활동도 활발하다. 지난해 인천대 학생이 창업한 기업은 23개에 달한다. 또 기존에 창업한 13개 기업은 총 4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용 창출 효과는 14명이었다. 중소기업청은 지난 2011년부터 대학생과 일반인의 기술 창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전국 40개 대학이 관련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