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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없다 → 부실투성이 → 담합 방조 … 달라진 감사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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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은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두 차례, 박근혜 정부에서 한 차례였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감사까지 벌써 네 번째다. 한 가지 사안을 네 차례나 감사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MB정부 말부터 문제점 지적 #코드 맞추기식 감사 논란도

과거 세 차례의 감사 결과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첫 번째 감사는 2010년 ‘4대 강 살리기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라는 이름으로 실시돼 2011년 1월 발표됐다. 결과는 ‘이상 없다’였다. 감사원은 “강바닥의 퇴적토 3억2000만㎥(전체의 70.2%)를 준설하는 등으로 과거보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법적 절차도 모두 이행해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평가는 통상 계절별로 이뤄져 최소 1년이 걸리는데 정부가 석 달 만에 평가를 마치고 결론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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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사원의 평가는 두 번째 감사에서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5~9월 실시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3년 1월 17일에 발표한 두 번째 감사(‘4대 강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실태’)에선 문제점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부실투성이라는 요지였다. 감사원은 당시 16개 보 가운데 15개 보에서 바닥 침식을 막기 위한 바닥 보호공이 유실 또는 침하됐고, 칠곡보 등 12개 보는 수문 개폐 시 발생하는 충격이 반영되지 않는 등 내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질예측 방식, 수질관리 기준이 잘못돼 수질이 악화될 우려도 크다고 했다.

발표 이튿날 당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합동 브리핑을 하고 “4대 강 보는 안전이나 기능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수질 관리에 대한 감사원 지적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도 4대 강 감사 결과를 조목조목 거론하며 불쾌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세 번째 감사 결과는 2013년 7월 발표됐다. 감사는 그해 1~3월 ‘4대 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실태’라는 제목으로 실시됐다. 핵심은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이었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 강 사업을 추진한 탓에 사실상 담합을 방조하고 유지관리 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의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대운하 컨소시엄이 그대로 4대 강 사업에 참여하면서 쉽게 담합이 이뤄졌고 국토부가 이를 포착했는데도 별다른 제재 없이 사업비 4조1000억원 규모의 공사를 한꺼번에 발주하는 등 담합을 방조했다는 내용이었다.

또 4대 강 사업을 대운하 재추진을 고려해 설계하는 바람에 당초 계획보다 보의 크기와 건설 규모가 확대돼 수심 유지관리비가 늘고 수질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같은 사안을 두고 감사원의 결과가 뒤집히면서 ‘코드 맞추기식 감사’라는 논란도 일었다.

역대 정부 4대 강 사업 감사


2010년 사업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 실태
주요 논란 :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이행 여부
결론 : 규정대로 이행, 특별한 문제점 발견할 수 없다

2012년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 실태
주요 논란 : 시설물 훼손, 수질 오염 여부
결론 : 보 대부분이 유실·침하됐고 내구성 부족하다
수질 악화 우려 크고 수질 관리에도 문제 많다

2013년 사업 설계·시공 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 실태
주요 논란 : 건설사들의 담합 의혹 감사
결론 :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재추진 노리고 담합 방조
계획보다 건설 규모 확대돼 유지관리 비용 늘고 수질 관리가 곤란해졌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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