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수입량 4배 증가 '양들의 침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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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틴조선호텔 뷔페 아리아의 ‘램 랙(Lamb Rack)’ 바비큐는 이 호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허브 오일에 살짝 재워 구운 양 갈비는 맛이 연하고 육즙이 살아 있다. 최상철(47) 주방장은 “양고기는 특유의 향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양꼬치로 입문한 사람들이 최근 고급육인 양 갈비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아리아의 양 갈비 소비량은 지난 2015년 3톤에서 지난해 10톤으로 크게 늘었다. 최 주방장은 “12개월 이하의 램은 육질이 부드럽고 냄새가 거의 없어 여성 고객들이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직화구이 전의 양갈비. [사진 해피램]

직화구이 전의 양갈비. [사진 해피램]

주말마다 캠핑을 떠나는 류기택(52) 씨는 목요일쯤 양고기 전문 온라인몰에서 양 갈비를 주문한다. 류 씨는 “삼겹살보다 조금 비싸지만, 풍미가 그윽해 주변 사람들 모두 매니어가 됐다.”며 “돼지와 소고기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데, 식감은 돼지에 가깝고 맛은 소고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맛있는 양 갈비 바비큐를 위해 100회 이상 조리했다는 류 씨는 “양념하지 않고 숯불에 최대한 가깝게 굽는 게 최상의 조리법”이라고 말했다. 소매로 주문하는 양 갈비의 가격도 삼겹살과 소고기의 중간쯤이다. 캠핑용 양 갈비는 100g에 3000~4000원 선으로 양은 1인당 500g 정도가 적당하다.    .

웨스틴조선 뷔페 1년새 소비량 3배로 급증 #캠퍼들 사이에서도 양갈비 바비큐 인기 #"숯불에 지가화로 굽는 게 최고의 조리법" #최근 뉴질랜드산 고급 양갈비 수요 증가

어느새 양고기가 우리 식탁에 가까워졌다. 관세청 수입통계에 따르면 2006년 3095t이었던 수입 양고기는 지난해 1만2334t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2013년 이후부터는 매년 평균 30%씩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수입금액으로 치면 116억원에서 776억원으로 10년 새 7배가량 늘었다. 소고기 수입량에 비하면 3%에 불과하지만, 양꼬치·훠궈 등 양고기 음식점이 대중화된 지가 10여 년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양꼬치엔 칭따오” 한 코미디프로그램에서 등장한 이 말은 중앙아시아 유목민의 주식인 양고기가 우리 식탁에 올라오게끔 만든 유행어다. 그러나 양꼬치와 칭따오(靑島)는 크게 관련이 없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양고기 또한 중국산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국을 포함해 몽골 등 중앙아시아는 물론 미국도 구제역 등으로 인해 양고기 수입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양고기의 호주·뉴질랜드산으로 이중 호주가 93%를 차지한다.

숯불에 구워진 양갈비와 양꼬치. [사진 해피램]

숯불에 구워진 양갈비와 양꼬치. [사진 해피램]

양고기는 크게 12개월 미만은 램(Lamb), 그 이상은 머튼(Mutton)으로 구분된다. 꼬치용으로 소비되는 양고기는 대개 늙은 양으로 특유의 향이 강하다. 최근 어린 양의 수입이 늘어난 이유다. 해피램 김재우(44) 대표는 “어린 양일수록 맛있다”며 “고급 육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시장조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뉴질랜드 ‘프레쉬 미트’의 알리스테어 마틴(44) 부사장은 “한국은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너무 편식하는 것 같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고기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잠재적으로 성장률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양꼬치에 대해서도 “뉴질랜드와 전혀 다른 조리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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