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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강남킬러' 김수현...'부담금 폭탄' 떨어질까? 긴장하는 재건축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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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사회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 활황기 때 ‘강남 킬러’로 각종 부동산 규제를 만든 주요 인물이 10년 만에 청와대로 돌아왔다. 김수현 청와대 비서실 사회수석이다.
 김 수석의 귀환에 강남권을 비롯한 주택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김 수석은 10년 전  노무현 정부 때 비서관으로 강남권과 재건축을 타깃으로 한 부동산 규제를 많이 만들었다.
 강산이 바뀌듯 주택시장도 10년 새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 김 수석이 주시하던 강남권과 재건축은 여전히 주택시장 불안의 불씨로 살아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①재건축 부담금 #3년 유예 지나 내년 시행 가능성 높아 #강남권, "억대 넘을 듯" " 예상보다 적어" 논란 #부담금 도입되면 수익성 떨어져 수요 위축 가능성 #잠실주공5단지, 은마 등 부담금 피하기 어려워 #

김 수석은 '버블'(거품)논란이 일 정도로 주택시장이 달아올랐던 노무현 정부(2003년 2월~2008년 2월)의 대부분 기간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주택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5월부터 2005년 6월까지 국정과제비서관으로 주택정책에 간여했고 그 이후에는 주택정책이 주 업무였다. 2005년 6월부터 2006년 2월까지 국민경제비서관으로, 그 직후부터 환경부 차관으로 떠난 20007년 9월까지 사회정책비서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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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상당 기간 주택정책 주도

그의 대못 가운데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위력을 보이는 게 재건축부담금(초과이익환수제)다. 환수제는 노무현 정부 주택정책의 골간이었던 2003년 10·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에 추가대책으로 포함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 방안’이 모태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화두는 ‘개발이익 환수’였다. 주택건설업체나 개인이 가격 급등으로 갖게 되는 이익(개발이익)을 줄이는 게 투기를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킬 것으로 보고 다양한 환수제도를 만들었다. 판교 등 신도시에선 시세와 분양가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분양받는 사람은 분양가 외에 채권을 구입하게 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반시설부담금을 늘리기도 했고 양도소득세 강화, 종부세 도임 등이 나왔다.

재건축부담금계산

재건축부담금계산

10·29대책에도 주택시장이 안정되지 않자 김 수석이 사회정책비서간으로 부임한 지 3개월 뒤인 2006년 3월 30일 발표된 ‘주택시장 합리하 방안’에 재건축 환수제가 등장했다.

당시 정부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재건축 대상 단지는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상건축연면적 비율) 증가 등 개인노력과 무관한 요인으로 일반 아파트에 비해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에 투기수요가 유입돼 인근 집값을 자극하고 다시 재건축 아파트 값이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불로소득 환수해 투기수요 차단”

따라서 “불로소득적 성격을 갖는 개발이익을 환수함으로써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무분별한 재건축에 의한 자원낭비를 축소해야 한다.”
 다음달인 4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법률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고 국회를 통과해 그해 9월 공포와 함께 시행에 들어갔다.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우여곡절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경기 회복을 위해 폐지를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의 반발에 밀려 2015년부터 올해 말까지 시행을 유예했다.
 올해 말 유예가 끝나면서 자동적으로 내년 다시 살아날까. 관련 법을 개정해 유예를 연장하지 않으면 그냥 시행된다.
 업계는 시행을 유예했던 과거와 달리 주택시장이 많이 좋아졌고 김 수석도 돌아와 부활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재건축부담금부과율

재건축부담금부과율

수도권 주택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선 2014년 8월 이후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지난달까지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가 서울 전체 평균(12%)를 능가하는 14.3% 올랐다.

강남구는 18.8%의 상승률을 보였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 50㎡는 같은 기간 8억5000만원에서 12억원으로 40% 넘게 뛰었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 76㎡는 11억5000만원에서 15억원으로 30% 상승했다.

재건축부담금 얼마나 될까

재건축 부담금은 일부에서 ‘폭탄’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부담이 클까. 그 동안 강남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세가 만만찮아 시장에는 막연한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

부담금은 재건축으로 오른 집값 상승분에서 해당 지역 평균 집값 상승분과 재건축 비용을 뺀 금액(초과이익)에 부과된다. 초과이익이 조합원당 평균 3000만원을 넘기면 부과대상이고 초과이익 금액에 따라 10~50%의 부과율이 적용된다.

사실 재건축 부담금은 앞서 부과된 적이 있다. 2010~2012년 4건이 부과됐다. 집값이 별로 오르지 않은 소규모 연립주택 재건축이어서 금액이 많지 않았을 뿐이다. 중랑구 묵동, 송파구 풍납동에서 조합원당 평균 34만~144만원이었다.
그런데 용산구 한남동 소규모 연립주택 재건축에선 조합원당 평균 5544만원이 나왔다. 부담금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전조’로 볼 수 있다.

업계는 강남권 등 재건축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 나올 부담금이 ‘억’소리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부담금부과현황

재건축부담금부과현황

본지가 지난 3월 강남권 등 주요 재건축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에서도 많게는 4억원 가까이 됐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가 3억원이 넘고 강남구 대치동 은마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2억원 정도였다. 과천도 1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부담금이 얼마가 될지 예측하는 데 한계가 많다. 재건축 부담금 산정 기준인 개시시점(추진위 승인일)과 종료시점(준공인가일)의 집값을 추정하기 힘들어서다. 개시시점부터 종료시점까지가 10년이 넘으면 종료시점으로부터 10년 전을 개시시점으로 잡는다.

현재 재건축 부담금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2000년대 초·중반에 추진위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이들 단지는 개시시점이 불확실하다.

실제 부담금 많지 않을 수도

집값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는데 재건축 단지는 시장동향에 따라 공시가격 기복이 심하다. 개시시점이 1년 앞당기거나 늦춰지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난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 공시가격을 보면 전년도에 비해 2012년엔 23%, 2013년 13% 떨어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20%나 뛰었다.

집값이 비싼 시점을 개시시점으로 잡으면 그만큼 집값 상승폭이 줄기 때문에 최근 몇년 내의 경우 올해 추진위 승인을 받거나 이미 추진위 승인을 받은 경우 2027년 준공되면 유리한 셈이다.

본지 시뮬레이션에서 개시시점을 2011년으로 계산했는데 2013년부터 재건축 단지가 오름세여서 이때 이후가 유리하다.
재건축 아파트가 준공되면 투기수요가 적은 일반 아파트가 되기 때문에 가격 변동폭이 재건추 추진 단계보다는 적다.

재건축부담금업무흐름도

재건축부담금업무흐름도

전체 집값 상승률이 낮아도 부담금이 줄어들게 된다. 재건축 집값 상승분에서 빼는 정상주택가격상승분을 계산할 때 해당 지역(시군구) 전체 평균 상승률이 은행정기예금금리보다 낮으면 예금금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0년대 초반에는 집값 상승률이 예금금리에 미치지 못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을 보면 예금금리는 12.4% 올랐는데 강남권 상승률은 3~7%였다.
 재건축 부담금 대상이 될 단지가 대부분 주택이 상대적으로 큰 중층 단지여서 집값 상승폭이 저층보다 적기도 하다.

개포 등 저층 단지는 초소형에서 중대형으로 주택이 커지면서 집값이 많이 오르는 데다 투기수요가 많아 집값 등락이 심했다. 가격이 떨어질 때는 ‘급락’수준이었다.
 또 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사업 속도를 낸 단지들이 2020년 이후 대거 입주하면서 강남권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 집값 상승세도 둔화될 것 같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재건출 부담금에 많은 변수가 있어 지금으로선 막연한 추정밖에 할 수 없다”며 “개시시점과 종료시점 간 가격 변동이 관건”이라고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집값을 예측하기 어렵 듯 재건축 부담금도 추정하기 어렵다.

단지별 재건축부담금은 사업승인 이후 윤곽이 잡히게 된다. 조합은 사업승인 직후 조합원별 재건축부담금 예정액을 산정해야 한다.
 착공 전 일반분양계획을 포함한 최종 재건축 계획(관리처분계획)에 부담금 예정액의 조합원별 납부액이 포함된다.
재건축부담금 납부 의무자는 조합으로 준공 후 내게 된다. 재건축부담금은 조합원에겐 추가분담금으로 부과된다. 조합원 입장에선 추가분담금이 그만큼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초고층 건립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 사업이 더뎌 재건축부담금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초고층 건립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 사업이 더뎌 재건축부담금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부담금은 국가 50%, 광역지자체 20%, 기초지자체 30%의 비율로 귀속된다. 국가는 국민주택기금, 지자체는 도시·환경정비기금 또는 재정비촉진특별회계나 국민주택사업특별회계의 재원으로 쓰게 된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 수익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재건축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부담금만큼 가격이 떨어져야 재건축부담금이 없을 때의 수익성이 나오기 때문에 투자 수요가 줄고 가격 하락도 예상된다.

하지만 재건축부담금이 재건축의 발목까지 잡을 것 같지는 않다. 재건축부담금은 개발이익이 큰 단지에 부과되기 때문에 사업성이 좋은 단지는 재건축부담금을 감수하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은마 환수제 못 피할 듯

재건축 시장의 촉각은 어느 단지가 환수제 대상이 되느냐에 곤두 서 있다. 강남구 개포와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강동구 고덕 주공, 과천 등 저층 단지들은 거의 다 환수제를 벗어날 게 확실시된다. 상당수는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재건축부담금 대상이 아니다.

잠실 주공5단지와 대치동 은마는 5단지 속도가 좀더 빠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 신청까지 다다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동은 이제 재건축 추진위 구성 단계여서 부담금 대상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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