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홍석현 만날 때 펜스·맥매스터·쿠슈너 총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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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미국 특사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홍 특사가 백악관을 방문한 뒤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AP=뉴시스]

홍석현 미국 특사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홍 특사가 백악관을 방문한 뒤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의 지난 10일 전화 통화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굉장히 좋은 느낌을 받았고 북핵 문제를 푸는 데 긴밀한 협조를 통해 결과를 만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미 대통령, 한국특사 집무실 접견 처음 #봉황 무늬 궁서체 친서엔 “아름답다” #홍 특사, 맥매스터와 별도로 만나 #“한·미 동맹엔 진보·보수 따로 없어”

홍 특사는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며 문 대통령의 동맹 중시 의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동맹 발전과 한·미 간 북핵 공조 및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 등이 담긴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반응은 “아름답다(It's beautiful)”였다고 한다. 봉황 무늬가 들어간 1.5쪽 분량의 친서는 전통 궁서체의 한글로 기록됐다.

이날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AP=뉴시스]

이날 해안경비대 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AP=뉴시스]

이날 접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거론하지 않았다. 접견은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이뤄졌다.

미 대통령이 한국 특사를 집무실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보낸 정몽준 전 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난 전례가 있으나, 당시는 정 전 의원이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고 있을 때 부시 대통령이 해들리 보좌관의 방에 들러 20분가량 면담하는 형식이었다.

이번 접견 자리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한꺼번에 자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참석했다. 쿠슈너 고문은 중간에 인사한 뒤 먼저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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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한국대사관 인사는 “접견 장소와 참석 인사들의 면면으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홍 특사의 만남은 당초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트럼프 정부의 인식이 접견에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뒤 “솔직하고 행동하는 지도자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특파원들에게 피력했다.

왼쪽부터 펜스, 맥매스터, 쿠슈너.

왼쪽부터 펜스, 맥매스터, 쿠슈너.

홍 특사는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별도로 만나 “안보 문제에 있어선 한국 내에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고 밝히고 “한국의 신정부는 확고한 안보와 동맹에 기반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10년 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바뀐 한국 정부에 대해 한·미 동맹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미 일각에 있다”며 “ 특사단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새 정부에 대한 미국 측의 불필요한 오해와 우려를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사 방문은 다음달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홍 특사를 통해 강력한 한·미 동맹에 바탕한 대북 문제 공조 원칙을 재확인한 양국은 정상회담에선 안보·무역 등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통역 없이 트럼프와 15분, 맥매스터와 40분

홍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15분, 맥매스터 보좌관과는 40분 동안 만났다. 외교가 소식통은 “통역 없이 진행된 55분간의 만남은 (통역이 배석했을 경우로 치면) 두 시간 정도 협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질적 협의가 가능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특사단에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류진 풍산그룹 회장, 정해문 전 태국대사, 박선원 전 청와대 외교안보전략비서관 등이 참여했으며 조구래 외교부 북미국장이 동행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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