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민정수석실 핵심과제 되나…감사원 출신 공직기강비서관 의미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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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에 김종호(55)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이 내정됐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김 내정자가 어제(16일) 이미 청와대로 출근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감사 전문가가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되면서 청와대와 정치권에선 "이명박 정부의 4대 강 사업이나 방위산업 비리를 조사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이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된 김종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내정된 김종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

청와대 직원과 공직사회의 감찰을 담당하고 청와대 인사검증 작업을 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은 그동안 검사나 판사 출신의 법조인이 등용되는 게 보통이었다.
청와대 직원의 근무 태도를 감시하거나 불시에 사무실 책상을 검사하는 등 공직기강비서관은 청와대 직원들에겐 ‘저승사자’로도 통한다. 실제로 박근혜 청와대에서도 불시 감찰에 걸린 공무원 출신 행정관들이 부처로 복귀하곤 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을 할 때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만들었다가 2014년 12월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매 정부마다 현직 검사의 민정수석실 파견이 논란이 되자 “현직 검사는 파견을 받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더라도 법조인이 아닌 행정관료가 공직기강비서관을 맡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15일 일부 기자들과 만나 “민정수석실에선 현재 나까지 3명이 일하고 있다”며 “나는 큰 방향을 잡는 것이고, 칼잡이는 반부패비서관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반부패비서관은 지난 12일 청와대 직제개편에 따라 신설됐고, 초대 비서관에는 검찰 안팎에서 ‘면도날 수사’를 한다는 평가를 받던 박형철(49) 전 부장검사가 임명됐다.

감사 전문가가 공직기강비서관을 맡으면서 기존 공직기강비서관이 담당하던 공직부패 관련 업무를 반부패비서관이 일부 가져가고, 공직기강비서관은 감찰이나 감사 업무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이었던 4대 강 사업이 관심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직접 이 문제를 들여다 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에는 당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관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공약했고, 4대 강 사업과 방위산업 비리, 자원외교 등을 적폐 대상으로 규정했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부산 중앙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김종호 내정자는 행정고시(37회)에 합격해 감사원에 전입한 뒤 공공기관 1과장을 지내는 등 공공기관 감사 업무에 능통하다. 또한 국회협력관과 감사원장 비서실장 등을 거치면서 정무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고 한다.

허진ㆍ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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