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친정에서 버림받나.. 등 돌리는 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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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위키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장(FBI) 해임 사태가 여당 의원들마저 등돌리게 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지지도 하락으로 무기력해진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트럼프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가 코미에게 둘 사이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언급하며 부정적인 정보를 흘리지 말라고 트위터에 경고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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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 의원들은 러시아 제재에 대한 초당적 조치를 추진함으로써 대통령을 좌절시키고 있으며,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포함해 단기 지출 예산 승인에서 트럼프 정부가 우선순위로 놓은 것들을 거부했다. 다수의 주요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탈퇴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 대신 재협상으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트럼프 집권 초기에는 공화당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백악관이 위기에서 위기로 갈짓자 행보를 보이면서 공화당 의원들이 약속을 이행하는 데 대통령이 방해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 해임 사태 일파만파 #트럼프 예산 승인 거절, 러시아 제재 나서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마이크 리(유타) 상원의원은 14일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가 있다면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며 대통령 압박에 가세했다. 특히 내년에 재선을 노리는 댄 헬러(네바다), 제프 플레이크(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플레이크 의원은 트럼프의 국경 장벽 설치나 나프타 탈퇴 등의 정책이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인기가 없다면서 "나는 사람들이 '트럼프의 좋은 정책은 지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정책엔 맞서겠다'고 말하는 이를 원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당신(트럼프)이 나프타를 취소하면 우리 주의 경제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크 의원 역시 마약 밀매 퇴치를 위한 멕시코와 미국 당국간의 협력을 거론하며 "멕시코와의 무역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반박했다.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밥 코커(테네시) 공화당 상원의원도 "의회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 조차도 미래에 대한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가령 짐 인호페(오클라호마) 공화당 상원의원도 "대통령과 의견이 다를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낮은 지지율도 공화당 의원들이 거리두기를 하는 원인이다. 15일 공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39%에 그친다.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어떤 법안이건 진전이 어려운데, 이 같은 낮은 지지율로는 민주당 의원들의 의미있는 동조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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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로드 브라운 민주당(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점점 더 걱정된다고 말하는 공화당 의원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면서 "더 중요한 건, 트럼프에 대한 두려움이 한달 전에 비해 훨씬 적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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