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계엄군, 도청 최종 진압때 헬기서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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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전일빌딩 헬기 사격 지점

5·18당시 전일빌딩 헬기 사격 지점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시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옛 전남도청과 전일빌딩 등에 헬기 사격을 가했으며 정확한 시점은 5월 27일이란 분석이 나왔다.

광주시, 軍 헬기사격 문건 등 분석 자료 첫 공개 #"계엄군, 5월 27일 새벽 4시부터 헬기서 난사" #육본 '헬기 작전 지침' 등 3만쪽 자료분석 결과

광주광역시(시장 윤장현)는 15일 "5·18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은 계엄군의 최종 도청 진압작전이 전개된 5월 27일 새벽 4시부터 5시30분 사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광주시는 육군본부의 80년 5월 22일 '헬기 작전계획을 실시하라'는 작전지침 등 3만여 쪽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헬기 사격이 이뤄진 시점을 추정했다. 이는 그동안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군 당국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5·18  당시 전일빌딩 헬기 사격 지점

5·18당시 전일빌딩 헬기 사격 지점

광주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지난 1월 12일 "전일빌딩에 남은 탄흔은 헬기 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헬기 사격의 구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연구분석반을 운영해왔다.

당시 국과수는 감정서를 통해 "전일빌딩 외벽(35곳)과 내부(150곳)에서 185개 이상의 탄흔이 발견됐다"며 "호버링(공중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발사됐을 것으로 유력하게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중앙일보 1월13일자 1, 8면>

광주시 연구분석반은 지난 2월 말부터 3개월 동안 5·18 관련 군 문서와 5·18 검찰수사 기록, 대법원 판결문 등 법정기록, 1항공여단 출신 장교 및 병사 면담 등을 토대로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광주시가 이날 공개한 '전일빌딩 헬기 사격의 진실'이란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은 61항공대 202, 203대대 소속 UH-1H 기동헬기에 의해 이뤄졌다.

5·18 당시 헬기 사격 지침내용을 담은 '전교사 충정작전계획'. 김재명 5·18 당시 육본 작전참모부장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다. [사진 광주광역시]

5·18 당시 헬기 사격 지침내용을 담은 '전교사 충정작전계획'. 김재명 5·18 당시 육본 작전참모부장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다. [사진 광주광역시]

계엄군은 5·18 마지막 날인 27일 탱크를 앞세워 광주시내에 진입한 뒤 오전 3시부터 옛 전남도청 등을 향해 총기를 난사한 이후 헬기에서도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고 분석반은 결론냈다.

당시 계엄군은 옛 전남도청 인근인 전일빌딩에서 최후 항전을 하던 시민군 40~50명을 향해 헬기 사격을 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옛 전남도청을 비롯한 전일빌딩과 광주 YWCA 등에 진입한 11공수여단 등 계엄군을 엄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날 계엄군은 오전 5시10분 옛 전남도청을 비롯한 시내 전역을 장악하고 진압작전을 종료했다.

광주시가 이날 공개한 80년 5·18 당시 육본의 상황일지에 따르면 '5월 21일에 이어 22일 추가로 탄약 수천발을 탑재한 무장헬기 AH-1J 코브라 2대, 500MD가 광주에 투입됐다'는 내용이 나온다. 계엄군이 광주에 투입된 헬기에 탄약적재 등 무장화를 진행한 사실이 공식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고 광주시는 발표했다.

정수만 전 5·18 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광주 전일빌딩 10층 기둥에 남은 탄흔을 가리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수만 전 5·18 민주유공자유족회장이 광주 전일빌딩 10층 기둥에 남은 탄흔을 가리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아울러 육본의 5월 22일 작전 지침에 따르면 헬기의 구체적인 사격 지점과 대응 태세가 적시돼 있다. 지침에는 ^고층 건물이나 진지 형식 지점에서 사격을 가해 올 경우 무장폭도들에 대해 핵심점을 사격 소탕 ^상공을 습격 방화하는 집단은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헬기에서 사격제압 등이 담겨 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5·18 당시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사격과 헬기 운영 지침이 확인된 만큼 헬기 발포 명령자와 실제 사격부대 등이 규명돼야 한다"며 "이번 분석 성과를 토대로 국가적 차원의 5·18에 대한 진실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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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전일빌딩 10층 바닥과 중앙 기둥 등에서 발견된 총탄 자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전일빌딩 10층 바닥과 중앙 기둥 등에서 발견된 총탄 자국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광주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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