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부터 30석 부족 ‘협치 방정식’ 나올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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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호 07면

여소야대로 출발하는 문재인 정부

-30석.

극심한 여소야대, 총선 3년 남아 #문 대통령 “5년 내내 야당과 소통” #국민의당·바른정당 캐스팅보트 #‘바른국민의당’ 시나리오도 거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마주한 여소야대 국회의 현실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0일 기준 120석으로 과반에서 30석이 부족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의원직 사퇴로 한 석이 궐원이라 과반이 150석이다.

직전 대통령들의 취임일 기준 의석 분포도를 살펴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배출한 새누리당은 2013년 2월 25일 당시 153석으로 과반인 150석을 넘는 막강한 집권여당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소속돼 있던 한나라당은 2008년 2월 25일 기준 -20석이었다. 하지만 두 달 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153석을 얻으면서 이 전 대통령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했다.

문 대통령은 상황이 다르다. 2020년 총선까지는 3년이나 남아 있다. 대통령 임기의 절반 이상을 여소야대 국회와 함께해야 한다.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부터 정부조직법 등 각종 개혁 과제 수행을 위한 입법안 마련까지 국회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게 없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180석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한다. 그만큼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취임 첫 일정은 야당 릴레이 방문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야당 원내 지도부 방문을 선택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27분 자유한국당, 10시43분 국민의당, 10시55분 바른정당 순으로 여의도 당사나 국회 당 대표실을 직접 찾아갔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야당 당사나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파격 행보란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가는 곳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5년 내내 야당과 대화하고 협조를 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들의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국회와의 소통이라고 생각해서 야당을 찾아뵙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하게 됐다”면서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늘 지적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협치 방정식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된 건 16일 들어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새 원내 지도부다. 민주당은 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홍영표(3선·인천 부평을) 의원과 비문계 우원식(3선·서울 노원을) 의원이 맞붙는 구도다. 두 의원은 모두 ‘야당과의 협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갈등과 대립이 아닌 상생의 정치를 꽃피우겠다”(우 의원), “야당과 과감한 양보와 타협으로 국민 뜻을 지키는 협치를 해나가겠다”(홍 의원)면서다. 국민의당은 김관영(재선·군산)·김동철(4선·광주 광산갑)·유성엽(3선·정읍-고창) 의원의 3파전으로 확정됐다.

문 대통령의 또 다른 지향점은 ‘통합 정부’다. 향후 내각 구성에서 여야를 떠나 파격적인 인선을 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결과를 떠나 과정도 중요한데, 이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경제부총리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노동부 장관설 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게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12일 청와대는 두 사람에 대한  입각 제안설을 공식 부인했다. 결과적으론 감정의 골만 키운 꼴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낙연 총리 인준이 ‘협치 바로미터’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13일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이 오른 첫 협치 시험대는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절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이달 31일까지 청문 절차와 국회 본회의 표결을 마무리해야 한다. 재적의원(299명)의 과반인 150명 이상 찬성해야 가결된다. 인수위 없이 출발하는 새 정부의 첫 총리인 만큼 문 대통령으로선 시간을 끌 여유가 없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총리로 점찍어 둔 건 엄청 오래전 일”이라며 “호남 민심을 다독이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는 카드로 오래전부터 이 후보자를 생각했고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야당에서는 이 후보자의 경력이나 ‘호남 총리’라는 상징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발목 잡기식 인사청문회는 지양하면서도 도덕성과 국정운영 능력 등은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는 정무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많은 자산을 가진 분”이라면서도 “통합의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 도덕적으로 총리로서의 자질과 인성을 가졌는지 철저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대변인도 “현직 광역단체장 차출에 따른 도정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적절성에 대한 의문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호남을 주된 지지 기반으로 삼는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환영 기류가 강하다. 손학규 전 상임중앙선대위원장은 지난 11일 선대위 해단식에서 “이제 우리가 어떻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그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며 “이 후보자 인준을 하루빨리 해결해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당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승용 “바른정당과 통합 필요”  

일각에선 국민의당(40석)과 바른정당(20석)의 합당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주승용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먼저 화두를 던졌다. 주 권한대행은 지난 12일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는 게 불투명한 상황에서 (통합을 통해) 60석이 된다면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고 국회 운영 주도권도 쥘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주 권한대행을 찾아갔다. 주 원내대표는 “확인 결과 당내 구성원들의 뜻을 상당히 짐작하고 한 말이라 완전히 사견은 아닌 듯싶었다”며 “양쪽 지도부 교체 기간이니 새 지도부가 들어서야 논의가 활발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바른정당이 추가 이탈자로 인해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게 되거나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옮겨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바른국민의당’ 탄생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합당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두 정당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말에 의문을 품는 국민도 많다”며 “합당 논의가 시작은 되더라도 결실을 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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