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이 다금바리 사진 보내와서…" 차 안으로 휴가비 300만원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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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휴가비를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으로 알려진 김영재씨의 아내인 박채윤씨가 챙겨줬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박씨는 서울중앙지법에서 12일 열린 안 전 수석의 뇌물 혐의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제주도로 휴가를 간 안 전 수석이 카카오톡으로 다금바리 사진을 보내왔다”며 돈을 건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박씨의 진술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말 제주도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떠난 안 전 수석(당시 경제수석)은 박씨에게 ‘여기 조식 따로 사먹어야 하네요’ ‘다금바리 잘하는 곳 어딘지 아세요’ 등의 연락을 하고 호텔 사진과 다금바리 사진을 보냈다. 이후 ‘호텔비와 식사비 등 경비가 195만원이 나왔다’는 것도 알렸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 변호인 홍용건 변호사가 “195만원이라는 것은 특검팀에서 안 전 수석의 카드 내역을 보여줘 알게 된 것 아니냐”고 묻자 박씨는 “그 때 수석님이 그 금액을 말씀하셔서 놀라서 기억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금바리 사진·195만원 언급 등을 ‘휴가비를 달라’는 뜻으로 이해한 박씨는 안 전 수석이 휴가에서 돌아온 후 3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지난 2015년 8월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 집에서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과 병원 교수들을 함께 만난 자리에서 아무도 모르게 안 전 수석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 식당을 나와 차로 향하는 안 전 수석을 쫓아가 ‘인사를 하는 것처럼 가까이 가서 넣어드렸다’는 것이다.

당시 박씨의 동생과 서 원장 등은 식당 앞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고 한다. 박씨는 “안 전 수석이 차에 타기 전에 봉투를 던졌다는 것인가”라는 홍 변호사의 질문에 “거의 동시에 그렇게 됐다”면서 “안 전 수석이 봉투를 깔고 앉으셨기 때문에 운전기사는 몰랐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안 전 수석이 아랍에미리트 공항에 걸려 있던 루이 13세 양주 사진을 보고 박씨에게 ‘저게 엄청 귀한 건데 아시냐’며 은근히 요구해 박씨가 사주게 된 정황도 공개됐다. 루이 13세는 한 병에 100만원이 넘는 최고급 양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8월 김영재 원장의 중동 진출을 돕기 위해 함께 떠난 출장에서 “안 전 수석이 (루이 13세를) 예단으로 많이 쓴다면서 딸 시집갈 때 예단으로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는 것이 박씨의 기억이다. 당시 안 전 수석의 딸이 이듬해 결혼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박씨는 이날 “안 전 수석이 선물 받는 것을 좋아하고 은근히 금전적 지원을 바란다고 생각했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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