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남북 태권도 교류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가 다음달 전북 무주에서 열리는 2017 WFT 세계선수권대회에 북한의 태권도 시범단 초청을 추진중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12일 말했다.

한국 주도하는 세계태권도 연맹, 북한 주도하는 국제태권도 연맹 초청 #문재인 정부 향한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 시험대

이 당국자는 “조 총재가 지난 3일 스위스 로잔에서 리용선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와 북한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장웅 ITF 명예총재를 만나 태권도 교류 의향을 표한 것으로 안다”며 “당장 WFT가 다음달 주최하는 대회에 ITF 시범단을 초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제 체육 단체간의 교류이긴 하지만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사실상 첫 남북교류일 수 있어 북한측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 태권도는 한국이 주도하는 WFT와 북한이 주도하는 IFT로 나뉘어 있다.

같은 태권도지만 IFT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할 수 있는 등 품새와 겨루기 방식에 차이가 있다.
전통 무예인 태권도가 스포츠로 발전했지만 냉전시기 남북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주도권 경쟁을 거치며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WFT와 IFT가 국제 체육 단체이지만 두 단체의 교류 협력이 남북교류로 여겨지는 이유다.

WTF는 지속적으로 ITF와의 교류를 추진해 왔다. 특히 2014년 두 연맹은 국제올림픽 위원회의 중재로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 및 행사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의정서에 서명했다.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는 두 단체 시범단이 합동으로 시범공연을 펼쳤다. 이듬해인 2016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때도 WFT측은 IFT 시범단을 초청하려 했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해 중단됐다.

하지만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데다 북한도 올해 남북관계에 있어 대통로를 열자고 밝힌 만큼 남북 태권도가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소재가 될 지 주목된다.

IFT를 이끌고 있는 북한의 태도가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어제(11일) 오후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 등 관영 언론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소식을 득표율과 함께 상세히 소개했다”며 “이전과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어 분석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2007년 이명박,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는 각각 아예 보도를 하지 않거나,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1줄짜리 단신 보도에 그쳤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