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국장 경질 파문 수습위해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중앙일보

입력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 경질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11일(현지시간) 방영된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임스 코미가) FBI 국장 재직 시 그와 만찬 1회, 전화통화 2회를 했는데 당시 '만일 알려줄 수 있다면 내가 수사를 받고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는가)' 라 물었고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코미 국장이 내게 '수사대상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연루설 부인 #"양자 그런 대화 있었다면 법규 위반" 논란 속 코미 측근은 "터무니없다" 반박

트럼프는 당시 상황을 "그와 만찬을 했는데, 코미 국장은 FBI의 수장으로 남기를 원했다. 그래서 내가 '두고 보자'고 했다. 우리는 멋진 저녁을 했고, 당시 그는 나에게 '당신은 수사를 받고 있지 않다'고 했다"며 "두 차례의 전화통화에서도 그가 그 말을 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난 9일 전격 해임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난 9일 전격 해임했다. [로이터=뉴스1]

트럼프의 이 같은 언급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에 대한 FBI의 수사가 자신과는 완전히 무관하며 이미 자신이 수사대상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트럼프에게 수사망이 다가오자 코미를 해임한 것"이란 일각의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주장하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역풍을 몰고 왔다. CNN과 NBC 등 미 언론들은 일제히 "FBI 수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에 대한 수사 여부를 묻고 FBI 국장이 아니라고 답하는 것은 기이하다"며 "모종의 정치적 거래가 있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코미 전 국장이 자신이 국장직을 유지할지 물었고, 대통령은 수사 대상인지를 물었다면 양자의 만남이 이해 충돌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법학자 등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슈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FBI는 대통령 수사와 관련된 사안을 대화해선 안 된다'는 법무부 규약을 위반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질문에는 "난 그 규약을 보지 못했다. 여러 변호사들이 TV에 나와 '그게 부적절하거나 잘못된 게 아니다'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미 국장의 측근들은 아예 트럼프의 발언 자체를 '거짓말'로 규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미 전 국장의 측근을 인용, "트럼프의 주장은 FBI 범죄수사에 대한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누구보다 강직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성격의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에게 FBI규정을 어겨가며 "수사대상이 아니다"란 말을 건낼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법무부 부장관의 해임건의와) 상관없이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려 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미는) '순회공연 보트(showboat·주의를 끌려는 사람)'이며 '그랜드스탠더(grandstander·박수갈채를 노리며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연기자나 선수)'란 걸 나도 당신도 안다. 모두가 안다"고도 했다.
코미 해임을 둘러싼 이 같은 언급은 "대통령은 로드 조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해임건의 메모를 받은 뒤 해임을 결정했다"고 한 지난 9일 백악관의 공식 설명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코미 전 국장은 지난해 대선 11일 전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를 선언, 대선판세를 뒤흔들며 트럼프 승리의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출범 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커넥션 의혹 수사를 지휘하면서 지난 9일 전격 해임됐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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