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청와대 첫 일정은 황 총리와 오찬…며칠간 홍은동에서 출퇴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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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첫 청와대 일정은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오찬이었다.

문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약식 취임식을 한 뒤 청와대로 이동해 황 총리와 1시간 동안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일 탄핵소추된 뒤 153일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했던 황 총리에게 그간의 국정상황과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기 위해 문 대통령이 먼저 제안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황 총리를 격려하며 “그동안 탄핵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국정상황을 황 총리가 잘 관리를 해줬다”고 평가했다고 배석했던 김경수 의원이 전했다. 황 총리가 경제ㆍ외교안보 상황과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상황,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각종 현황에 대해 보고했을 때는 문 대통령이 “산불 문제에 대해서는 현 정부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다시 한 번 살펴봐달라”고 각별히 당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황 총리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내각의 거취 문제도 논의됐다고 한다. 황 총리가 먼저 “저를 포함해 국무위원과 정무직의 일괄사표를 제출하겠다. 그리고 오늘(10일) 중으로 일괄사표를 대통령께 제출하겠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당분간 국무회의 필요성 등 여러가지 상황을 검토한 뒤에 사표 처리 문제는 방침을 정하겠다”며 일단 사의 표시를 반려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의 제1호 대통령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 설치 등에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할 수 있고, 또 시급하게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한 사안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서 방침을 정하게 될 것”이라며 “국무회의가 개최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말한 ‘여러가지 상황’에는 황 총리가 (국무총리의 헌법상 권한인)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행사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곧바로 새 정부가 시작된 만큼 국정공백을 줄이기 위해 황 총리가 새 정부의 장관을 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는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날 오찬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또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행적 등을 알 수 있는 자료 등을 황 총리가 권한대행 자격으로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한 문제 등에 대해선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이 당분간 청와대 관저가 아닌 서울 홍은동 자택에서 출퇴근을 하게 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12일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간 뒤 관저는 비어있는 상태였지만 새 대통령이 정해진 뒤에야 벽면 도배 등 시설 보수에 들어간 까닭이다. 김 의원은 “2~3일 정도 내로 (작업은)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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