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탄탄한 지지층, 보수 분열 … ‘어대문’ 흔들림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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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으로 가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의 첫 관문은 지난해 8월 열린 전당대회였다. 경선 룰과 일정을 관리하는 당 대표가 이때 선출됐다.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친문계의 지원을 받는 후보들이 휩쓸었다. ‘이래문’은 이후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으로 진화하며 대세론이 더 확고해졌다. 하지만 이후 대선 승리까지의 길이 꼭 평탄치만은 않았다. 대세론이 기우뚱하는 위기도 겪었다.

문재인 대선 레이스 결정적 순간 #강력한 경쟁자 반기문 퇴장에 승기 #안철수의 추격, TV토론 뒤 따돌려 #보수 후보 단일화 실패로 승리 굳혀

①‘사이다’ 이재명의 도전=첫 도전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탄핵 국면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급부상하며 대세론을 위협했다. 12월 6~8일(한국갤럽 ) 여론조사에서 18%의 지지율로 문 당선인(20%)을 2%포인트까지 추격했다. “ (사이다로) 목을 먼저 축여야지 고구마 먼저 먹으면 체하는 수가 있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2위권 주자들이 힘을 합치자는 ‘우산론’을 꺼냈다가 역풍을 맞았다.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구태 정치”라고 비판하면서 지지세가 꺾였 다.

②‘빅텐트’ 반기문의 퇴장=당초 문 당선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예상됐던 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지난해 10월 현지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1월 귀국 의사를 밝히며 대선 레이스에 불을 댕겼고, 지지율도 문 당선인과 엎치락뒤치락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1월 12일) 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등을 만나며 ‘빅텐트론’을 이슈화했다. 하지만 귀국 후 ‘퇴주잔’ ‘턱받이’ 논란 등이 이어지며 지지율이 하락했고, 2월 1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퇴장했다.

③‘대연정’ 안희정과의 경쟁=민주당 경선에 돌입하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급부상했다. ‘대연정’을 들고 나온 그는 ‘적폐 청산’을 앞세운 문 당선인과 친노 적자 경쟁을 벌였다. 중도·보수층으로의 확장성을 앞세운 안 지사가 바람몰이를 하며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 당선인보다 본선 경쟁력이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2월 19일 강연의 ‘선의’ 발언이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다. 3월 27일 호남권 경선에서 득표율 20%로 문 당선인(60.2%)에게 완패하며 사실상 본선행이 좌절됐다.

④진검승부, 안철수=안철수 후보가 4월 4일 국민의당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선출됐다. 8~10%를 맴돌던 안 후보의 지지율은 민주당 경선 탈락자인 안희정 지사 지지층을 흡수하며 열흘 만에 37.3%로 치솟았다. 문 당선인(38.5%)의 턱밑까지 추격했다(중앙일보 4월 15~16일 여론조사 ). 3자 대결이나 양자 대결에선 문 당선인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은 나와 문재인의 대결”이라며 기세를 올렸지만 TV토론에서의 부진이 독이 됐다. 전열을 재정비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며 양자 구도는 1강2중 구도로 재편됐다.

◆문재인 승리의 요인은=문 당선인 승리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건 선거 구도와 환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초토화됐고, 중도·보수진영 후보들의 단일화 실패로 문 당선인에게 유리한 구도가 이어진 게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선거 과정에선 강점으로 꼽히는 ‘조직’의 역할이 컸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정치학) 교수는 “현실 정치는 결국 수(數)와 조직”이라며 “문 당선인은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친문’ 지지층 및 의원들이 받쳐주며 지지율 하락세를 5%대 미만으로 막아줬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반면 안 후보는 대구·경북과 충청에서 안풍이 강하게 불었을 때 이를 견인해 주는 조직이 없었다. 반대로 지지율이 빠질 때는 이를 버텨줄 조직이 없었다. 이것이 양측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의 응집력에서도 차이가 났다. 친위 그룹의 독주 때문에 당의 소외감이 컸던 5년 전 실패를 거울 삼아 문 당선인은 줄곧 “선거는 당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뒤엔 경쟁자 측 인사들도 선대위로 끌어들였다. 반면 국민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문 당선인이 겪었던 전철을 밟았다. 호남의 한 중진 의원은 “선거 전략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일부 인사만 독주하며 당력을 총동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성운·채윤경·안효성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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