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호남 인사로 좁혀진 초대 총리, 김상곤·전윤철·이용섭 하마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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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왼쪽부터 김상곤, 전윤철, 이용섭.

왼쪽부터 김상곤, 전윤철, 이용섭.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이미 대선 기간 중 첫 조각(組閣)을 구상해왔다.

김상곤, 혁신 이미지에 당선인 신뢰 #전윤철 경륜, 이용섭은 경제통 강점 #법무·국방장관은 파격 인사 가능성 #각각 비법조인·민간인 기용될 수도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선 “이미 염두에 두고 있는 총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영남 출신인 만큼 영남이 아닌 분을, 적어도 초기에는 그런 분을 총리로 모시겠다”며 총리 인선 원칙을 공개했다. 문 당선인은 “정치세력 간 연정은 나중의 문제이고 앞서 내각과 정부 구성을 대통합 정신으로 구성해 통합정부, 대한민국 드림팀 정부를 구성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문 당선인이 밝힌 ‘총리의 조건’에 따라 초대 총리 후보는 사실상 ‘호남 인사’로 좁혀진 상태다.

문 당선인의 핵심 브레인으로 분류되는 한 인사는 총리 후보로 김상곤(68) 전 경기도교육감의 이름을 꺼냈다. 그는 “문 당선인이 김 전 교육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며 “두 번의 선출직을 거쳤기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교육감은 광주 출신인 데다 이번 대선에서도 호남 몫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5년 당 대표 시절 문 후보는 4·29 재·보선 패배로 퇴직 압박에 몰렸다. 이를 문 당선인은 ‘김상곤 카드’로 돌파했다. 김 전 교육감은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혁신안을 마련했고, 그의 혁신안에 따라 공천작업이 이뤄져 민주당은 총선에서 승리했다. 문 당선인은 지난해 1월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자신이 맡고 있던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김 전 교육감에게 맡기기도 했다.

다만 당내 반대여론이 변수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교육감 경력만으론 탄핵으로 시작된 정치적 통합의 큰일을 맡기기에 부족하다”며 “특히 김 전 교육감은 지난번 전당대회에 출마해 추미애 대표와 지나치게 각을 세워 자칫 당정 관계의 불협화음을 자초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경륜형’을 거론한다. 경제와 외교안보가 모두 비상상황인 만큼 내각을 이끌 실무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감사원장을 지낸 전윤철(목포·78) 공동선대위원장, 박승(김제·81) 전 한국은행 총재, 이용훈(보성·75) 전 대법원장 등이 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선 “새 정부의 초대 총리를 맡기엔 고령”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지난 총선 때 민주당에 입당한 진영(고창·67) 의원도 대탕평인사 차원에서 이름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통인 이용섭(함평·66) 전 의원이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송영길(고흥·54) 의원의 총리 발탁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문 당선인의 핵심 참모들은 총리 인선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정책과 인사를 포함한 모든 사안을 당과 협의하겠다는 ‘당정(黨政) 일체’ 공약에 따라서다. 당정일체 원칙에 따른다면 장관직에 ‘의원 입각’ 또는 당 출신 인사의 내각 진출이 많아질 수 있다. 곧바로 임기가 시작되는 상황이라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장관직에 앉혔다가 청문회에 발목이 잡혀 정부가 공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법무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은 ‘파격인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문 당선인은 ‘사정기관 개혁’과 ‘국방 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 핵심 참모는 “문 당선인은 초반 6개월에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법무장관에 검찰은 물론 변호사도 아닌 사람을 임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국방 분야에 ‘순수 민간인’ 출신의 문민 국방장관을 임명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

외교안보 관련 분야에는 김기정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서훈 전 국정원 3차장, 조병제 전 말레이시아 대사 등이 핵심인사로 꼽힌다. 문 당선인의 싱크탱크를 주도해온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나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낸 김수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도 신임이 두터워 청와대나 정부 요직에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강태화·채윤경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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