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문재인] 안철수 “변화와 미래 위해 노력” 유승민 “개혁보수의 싹 틔울 것” 심상정 “국민 열망 안고 새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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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9일 오후 각 당 개표상황실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정현·전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9일 오후 각 당 개표상황실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정현·전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9일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대선 패배를 인정했다. 안 후보는 “변화의 열망에 부응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며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의 변화와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10시35분 국회 헌정회 대강당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짧게 입장을 발표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출구조사 결과와 개표 상황을 지켜봤었다.

아쉬움 속 패배 승복한 세 후보 #국민의당, 출구조사 3위 되자 충격 #바른정당, 두 자릿수 득표 실패 사과 #정의당, 진보정당 최다득표에 의의

안 후보가 상황실에 입장하자 선대위 관계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안 후보를 맞이했다. 안 후보는 선대위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향후 역할이나 거취 등에 대해서는 “내일 말하겠다”고만 한 뒤 상황실을 떠났다.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 대부분도 안 후보를 따라 일찌감치 상황실을 떠났다.

앞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국민의당 개표상황실은 침묵에 빠져들었다. 탄식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진 결과에 당 지도부 등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안 후보는 이날 출구조사에서 21.8%의 지지를 받아 홍 후보에게 뒤진 3위로 조사됐다. 특히 주요 기반인 호남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에게 크게 뒤진 결과가 발표되자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안 후보가 60%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박 위원장은 “출구조사와 지금 현재의 개표 진행 상황을 보건데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라며 “10일 선대위를 소집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9일 오후 각 당 개표상황실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정현·전민규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9일 오후 각 당 개표상황실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정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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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이날 90도로 허리 굽혀 인사했다. 그는 문재인 당선인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한 사실부터 공개했다. 그는 “안보도 경제도 공동체도 너무나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의 책임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문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겸허히 경청하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당부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죽어 가는 개혁보수의 길에 공감해 주신 국민들 덕분에 바른정당으로선 씨앗을 찾을 수 있었다”며 “이 씨앗을 소중히 여겨서 싹을 틔워 언젠가는 열매를 맺게 하겠다. 우리가 왜 정치하는지 정치의 본질을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당원 동지 여러분 고맙다. 국민 여러분 감사하다. 여러분들 덕분에 행복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죄송하다”는 말도 했다. 목표로 했던 두 자릿수 득표를 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였다. 다만 선거운동 내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란 공격을 받았고 소속 의원 13명이 집단 탈당, 자유한국당으로 옮겨 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었던 것에 비하면 기대만큼은 아니어도 선전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정의당 상황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진보 후보론 최초로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대했던 터라 실망감이 컸다. 유승민 후보에게도 뒤진 것으로 나와서다.

이날 오후 9시20분쯤 서울 여의도 할렐루야 빌딩 상황실을 찾은 심상정 후보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번 선거는 우리 정의당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늘 끝난 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열망을 받아 안아 또다시 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 하나 변변치 못한 우리 당 조건에서 모든 것을 실어 대통령선거를 함께 뛰어준 당원들에게 감사하다. 없는 살림에 특별당비, 월차 내고 캠페인 하면서 열정과 헌신을 다한 당원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감사를 전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9일 오후 각 당 개표상황실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정현·전민규 기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9일 오후 각 당 개표상황실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강정현·전민규 기자]

심 후보는 이후 당직자들과 일일이 포옹한 뒤 상황실을 떠났다. 애써 웃음을 띠었지만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진보 정당 역사상 최다 득표라는 의의가 있다. 2002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의 득표율(3.9%·95만7148표)을 넘어섰다. 이정미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번 대선을 통해 정의당과 같은 진보 정당이 우리 사회의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유권자의 뜻을 확인했다”고 했다. 출구조사 발표 이후 3시간 동안 3000여 명이 1억5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다.

채윤경·안효성·백민경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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