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마른 수건을 쥐어짠 결과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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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전 2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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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보(122~143)=이세돌 9단의 팻감 활용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패가 이 9단으로선 원망스럽기만 하다. 먼저 칼을 뽑아든 대가가 이토록 가혹할지 이 9단은 알고 있었을까.

커제 9단이 122로 패를 시원하게 따냈다. 이 9단은 고육지책이지만 123으로 상변에서 팻감 활용을 이어간다. 괴롭지만 패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집념이 묻어나는 한 수다.

그런데 123에서 커제 9단의 생각이 길어진다. 급박하게 패싸움을 벌이다가 갑자기 수읽기에 들어가는 건 패를 해소하는 경우의 손익계산서를 뽑고 있다는 증거다. 백이 패를 해소할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다. 1안은 '참고도'처럼 또다시 상변에 패모양이 만들어지는 것. 이 패싸움 역시 팻감이 부족한 흑이 불리하다. 2안은 '빅'인데, 이 역시 흑에게는 아쉬운 결과다.

참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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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제 9단은 124로 ▲자리를 이어 패를 해소해버렸다. 상변에서 패가 나오든 빅이 나오든 충분히 백이 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전에서는 125부터 140까지 상변이 '빅'으로 갈무리. 이어 흑이 143으로 중앙을 지키면서 지난했던 우변 패싸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 싸움에 모든 걸 걸었던 흑으로선 허무하기 그지 없는 결과물인데….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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