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대선룰...보궐선거인데 새 대통령 임기는 5년,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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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도 보궐선거가 있나? 보궐이면 임기는 잔여 기간이 아닌가. 내년 2월.”

일부선 '보궐 대선' 명문화 요구도

지난 4일 오후 한 네티즌은 인터넷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번 대선은 보궐선거인 탓에 투표마감이 2시간 연장(오후 6시→8시)된다는 기사에 대한 댓글이었다. 이 네티즌의 궁금증은 1. 이번 대선이 보궐선거인지 2. 보궐선거라면 새 대통령 임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잔여 임기(2018년 2월 24일)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다.

생뚱맞은 질문 같지만 실제로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여러 의견이 있다.

우선 이번 대선이 보궐선거인지부터 보자.
주무 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대선은 보궐선거 규정에 따라 치른다. 이 때문에 투표 시간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155조에 따르면 ‘투표소는 선거일 오전 6시에 열고 오후 6시에 닫는다’고 규정돼 있지만 ‘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오후 8시로 한다’는 보충 규정이 있다. 통상 보궐선거는 평일에 이뤄지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투표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이번 대선 투표시간(오전 6시~오후 8시)은 지난 대선 때(오전 6시~오후 6시)보다 2시간 길다.

원래 대선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임기 만료일 70일 전 첫번째 수요일’을 법정 공휴일로 정해 실시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일은 화요일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평일에 하는 보궐선거로 보면 맞다”며 “다만 국무회의를 통해 ‘보궐 대선’을 특별히 임시공휴일로 정했을 뿐이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대선일이 보궐선거로 정해진 뒤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투표시간이 평일 보궐선거처럼 2시간 더 길어지는 독특한 상황이 됐다.

최진녕 전 대한변협 대변인은 “이번 대선은 법적으로 보궐선거가 맞다”며 그 근거로 공직선거법 200조와 제35조를 들었다. 공선법 200조(보궐선거 규정) ③항은 대통령 권한대행자는 대통령이 궐위(공석)된 때에는 지체없이 중앙선관위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법 35조(보궐선거 등의 선거일) ①항은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파면 등)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황교안 권한대행도 이를 근거로 대선 일정을 공고하고 대선일을 확정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다.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선 보궐선거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어 달리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조계와 학계에선 “대선은 보궐선거라는 것 자체가 없다”“이번 대선은 그냥 조기 대선일 뿐이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문제는 새 대통령 임기와도 관련이 있다. 통상 보궐선거라 함은 전임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선법 14조는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임기 개시 시점만 나와 있다. 새 대통령 임기가 박 전 대통령 잔여 임기인 2018년 2월인지, 5년 임기를 채운 2022년 5월까지인지가 명확치가 않다.

이에 대해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석좌교수는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는 잔여 임기에 대한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대선이 보궐선거로 치러진다고 하더라도 임기는 헌법에 따라 5년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헌법 제70조(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한다)를 두고 한 말이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에는 보궐선거시 전임의 잔여 임기를 임기로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대선에만 그런 규정이 없는 건 대통령에게는 잔여임기 규정을 배제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종합해 위 네티즌의 질문에 답을 해 보면 “대선도 보궐선거가 있고 이번이 그렇다. 다만 잔여 임기를 채우는 다른 보궐선거와는 달리 대선은 5년 임기를 보장한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선 대통령 임기 규정을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전 법제처장은 “다음 개헌 때 대통령 궐위시 실시하는 대통령 선거는 임기를 모두 보장하는 선거라고 명문화해서 해석상의 논란을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현일훈ㆍ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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