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끝내 초청않고 북한 장관은 부른 중국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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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중앙포토]

중국 정부가 주최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ㆍ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북한의 경제 각료를 정식 초청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는 장관급 이상의 정부 대표를 끝내 초청하지 않았다. 14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이번 포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28개국 정상과 60여개국의 각료급 인사가 정부 대표로 참석한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일대일로 포럼에 김영재 북한 대외경제상이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중국 당국이 북한 정부에 대해 각료급 인사를 보내 달라고 정식 초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외경제상은 주 러시아 대사를 지낸 외교관 출신이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현직 각료 이상의 고위급 대표를 초청하지 않고 김장수 주중 대사를 참석토록 하는 데 그쳤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당국은 3월 중 해외 각국에 대해 초청장 발송을 끝냈지만 한국에는 초청장이 오지 않았다”며 “지난달 하순 각료급 이상 초청대상이 아닌 나라들도 주중 외교 사절은 개막 행사에 참석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김 대사가 14일 오전의 개막식과 전체회의에 참석토록 지시했다. 이밖에 이시형 국제교류재단 이사장과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이번 포럼의 분과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가 올 한해 외교 행사 가운데 가장 심혈을 기울여 추진중인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러시아ㆍ스페인ㆍ이탈리아ㆍ베트남ㆍ아르헨티나 등 28개국 정상이 참가할 예정이며 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싱가포르ㆍ호주 등은 경제부처 장관을 보내기로 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중앙포토]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중앙포토]

일본에서는 정부 대표인 경제산업성 부대신 이외에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니카이 간사장과 직접 접촉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며 “니카이 간사장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친서를 갖고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 정계 친중 인맥의 대표격인 니카이 간사장은 중ㆍ일 관계가 경색됐던 2015년 정ㆍ재계와 여행업계 인사 3000명을 이끌고 방중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면담하며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던 인물이다.

미국 대표로는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대사 지명자의 아들 에릭 브랜스테드가 백악관 선임연락관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아이오와 주지사를 지낸 브랜스테드 지명자는 시 주석과 30여년 인연을 가진 친중파 인사로 분류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 정부 고위급 인사의 참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신임 주중 대사 지명자의 인준 절차가 끝나기 전에 아들을 보내 회의에 참석시키기로 한 건 중국에 대한 외교적 배려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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