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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목소리의 형태...감수성이란게 폭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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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형태'
감독 야마다 나오코 목소리 출연 이리노 미유, 하야미 사오리, 유우키 아오이 원작 오이마 요시토키 각본 요시다 레이코 촬영 타카오 카즈야 음악 우시오 켄수케 미술 시노하라 무츠오 장르 애니메이션, 로맨스 상영 시간 129분, 등급 전체 관람가

'목소리의 형태' 스틸 [사진 엔케이컨텐츠]

'목소리의 형태' 스틸 [사진 엔케이컨텐츠]

★★★★

‘너의 이름은.’(1월 4일 개봉,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잇는 또 한 편의 일본 감성 애니메이션이다. 고등학생 쇼야(이리노 미유)는 삶의 의미를 잃고 부유하는 청춘이다. 그에겐 씻을 수 없는 죄가 있다. 어린 시절 청각 장애가 있는 쇼코(하야미 사오리)를 괴롭혀 전학을 가게 한 것이다. 이후 쇼야는 ‘왕따 가해자’로 낙인 찍혀 외톨이가 되고 자살을 결심한다. 쇼야는 죽기 전 쇼코를 찾아가고, 이들의 재회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온다.
여성 작가 오이마 요시토키(28)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했다. 여성 감독인 야마다 나오코(33)는 원작의 작법을 그대로 이어 파스텔 톤의 서정적인 풍광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흔들리는 열차에 쏟아지는 석양의 잔해,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흩날리는 벚꽃, 곡식이 무르익는 소담한 시골길. 이곳엔 소통에 서툴러,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아이들이 살고 있다. 상처를 준 아이는 속죄의 굴레에서 괴로워하고, 상처를 받은 아이는 영원히 회복하지 못할 것 같은 절망에 휩싸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하면서 혼란스러워한다. 눈부신 풍경 속 고독한 아이들. 이 역설적인 조합은 아이들의 고립감을 극대화하고, 관객을 애달프게 한다.
영화는 관계 맺기의 고단함을 알게 된 10대들의 흔들리는 내면을 핀셋으로 집어낸 듯 예민하게 포착한다. 친구를 사귄다는 건 나와 ‘다른 형태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곁을 내어준다는 뜻이다. 영화는 그 낯설고 힘든 과정을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지켜본다. 삶의 의미를 잃었던 인물들이 소통의 방법을 알게 되면서 타인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 무척 인상적이다. 주변 인물까지 따뜻하게 감싸안는 이 영화의 사려깊은 태도도 칭찬하고 싶다. 아이들은 관용과 사랑을 배우면서 그렇게 어른이 된다. 그 시절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무비Tip 로맨스 보다는 성장 영화. 아이들은 우정을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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