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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자녀들 활약은 이방카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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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담이다!”
7일 오후 9시 대구 서문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딸 유담씨와 선거 유세를 위해 모습을 드러내나자 야시장은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뤘다. 유담씨는 사진촬영을 부탁하는 요구에 일일이 응대하며 손가락 4개를 펴보였다. “꼭 4번에 투표해달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인파가 계속해서 밀려들어 유세 후 시장을 빠져나가는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7일 대구 동성로를 찾아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딸 유담. 프리랜서 공정식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둔 7일 대구 동성로를 찾아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오른쪽은 딸 유담. 프리랜서 공정식

같은 시간 경기 의정부역 앞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아들 이우균씨가 선거 운동을 돕고 있었다. 이씨는 “제가 저희 어머니와 25년간 함께 살아보니까, 누구보다 믿을만한 것 같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아들 이우균씨.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아들 이우균씨.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 대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특급 ‘도우미’로 나선 후보 자녀들의 활약이다. 이전 대선에서는 후보 자녀들이 선거 유세에 참여한 사례가 거의 없다. 미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명박ㆍ노무현 전 대통령 등도 자녀들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때는 자녀들이 비공식적으로 조직을 이끌기도하고, 물밑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 심 후보 자녀는 특급 도우미 수준 #홍,문후보측은 문준용씨 유세 놓고 격돌 #"행방불명" vs "洪 아들 취업 특혜"

일각에서는 자녀들의 활발한 선거 운동 참여에 대해 ‘이방카 효과'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적이고, 마초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반면 딸 이방카는 미모와 함께 지적이고 품위있는 태도로 이를 보완해 좋은 시너지를 냈다”며 “한국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정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 중인 이방카 트럼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 중인 이방카 트럼프

실제로 유 후보는 딸 유담씨의 미모 덕분에 ‘국민 장인’이라는 별칭과 함께 보수 정치인에 대해 냉담한 청년층의 우호적 관심을 얻었다. 심 후보도 마찬가지. 선거를 돕는 우균씨의 인기가 상승하며 대중적 주목도가 떨어지는 진보정치인의 약점을 일정 보완했다. 심 후보는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아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지자가 늘어야 하는데 며느릿감이 늘어서 슬프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딸 유담 씨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역 9번 출구 앞에서 유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딸 유담 씨가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역 9번 출구 앞에서 유 후보의 유세를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큰 아들 정석씨는 직장에 휴가를 낸 뒤 부인과 함께 6일 대구를 찾아 전통시장, 번화가, 유원지 등을 다니며 12시간동안 지지를 호소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딸 설희씨도 미국에서 귀국해 어머니 김미경 교수와 4일 경남 창원을 방문하는 등 지역 유세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부산=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틀째 도보유세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5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앞에서 만난 부인 김미경 교수와 딸 안설희 씨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부산=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틀째 도보유세에 나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5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야구장 앞에서 만난 부인 김미경 교수와 딸 안설희 씨의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반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는 선거 운동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洪, “문준용은 행방불명”= 다른 후보 측에서는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유세 불참을 선거전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5일 서울 신촌 유플렉스에서 벌인 유세에서 아들 정석씨를 소개한 뒤, “문재인 후보는 지금 아들이 (유세 현장에) 안 나온다”며 “행방불명이 됐다. 지명수배를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열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서울대첩' 유세에서 홍 후보의 큰아들 정석씨(왼쪽부터)와 부인 이순선씨가 춤을 추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열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서울대첩' 유세에서 홍 후보의 큰아들 정석씨(왼쪽부터)와 부인 이순선씨가 춤을 추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이를 문제 삼았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준용씨는 어디 계시나요. 아버님이 대선 선거운동에 열중이신데 도와드려야죠. 안희정 지사 아드님만 보이고 안 보이시네요”라고 적기도 했다. 실제로 문 후보의 경선 경쟁자였던 안 지사의 아들 정균씨는 충남을 비롯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유세를 돕고 있다. 당내에서는 “마치 아버지 안 지사의 선거처럼 열심히 돕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文 측, “홍준표 아들이 취업 특혜”= 반면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자녀가 선거를 꼭 도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후보 측의 공세를 “정치적 네거티브”라고 일축하고 있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선거에서 후보 측 자녀들이 선거를 도운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며 “캠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민주당은 홍 후보 아들의 입사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7일 윤관석 공보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홍 후보의 장남은 2010년 초 삼성전자에 입사했는데, 홍 후보는 그해 7월 7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강원권 비전발표회’에서 ‘평창올림픽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고 자랑했다”며 “당시 홍 후보의 사면 요청이 장남의 삼성 취업과 관련이 없는지 홍 후보가 직접 설명하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아내 김정숙 씨, 아들 문준용 군과 함께 서대문 독립공원 무대에 올라 대선출마을 선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아내 김정숙 씨, 아들 문준용 군과 함께 서대문 독립공원 무대에 올라 대선출마을 선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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