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담이다!”
7일 오후 9시 대구 서문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딸 유담씨와 선거 유세를 위해 모습을 드러내나자 야시장은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뤘다. 유담씨는 사진촬영을 부탁하는 요구에 일일이 응대하며 손가락 4개를 펴보였다. “꼭 4번에 투표해달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인파가 계속해서 밀려들어 유세 후 시장을 빠져나가는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경기 의정부역 앞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아들 이우균씨가 선거 운동을 돕고 있었다. 이씨는 “제가 저희 어머니와 25년간 함께 살아보니까, 누구보다 믿을만한 것 같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번 대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특급 ‘도우미’로 나선 후보 자녀들의 활약이다. 이전 대선에서는 후보 자녀들이 선거 유세에 참여한 사례가 거의 없다. 미혼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명박ㆍ노무현 전 대통령 등도 자녀들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때는 자녀들이 비공식적으로 조직을 이끌기도하고, 물밑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유 심 후보 자녀는 특급 도우미 수준 #홍,문후보측은 문준용씨 유세 놓고 격돌 #"행방불명" vs "洪 아들 취업 특혜"
일각에서는 자녀들의 활발한 선거 운동 참여에 대해 ‘이방카 효과'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적이고, 마초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반면 딸 이방카는 미모와 함께 지적이고 품위있는 태도로 이를 보완해 좋은 시너지를 냈다”며 “한국도 이같은 분위기에 일정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 후보는 딸 유담씨의 미모 덕분에 ‘국민 장인’이라는 별칭과 함께 보수 정치인에 대해 냉담한 청년층의 우호적 관심을 얻었다. 심 후보도 마찬가지. 선거를 돕는 우균씨의 인기가 상승하며 대중적 주목도가 떨어지는 진보정치인의 약점을 일정 보완했다. 심 후보는 18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아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지지자가 늘어야 하는데 며느릿감이 늘어서 슬프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다른 후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큰 아들 정석씨는 직장에 휴가를 낸 뒤 부인과 함께 6일 대구를 찾아 전통시장, 번화가, 유원지 등을 다니며 12시간동안 지지를 호소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딸 설희씨도 미국에서 귀국해 어머니 김미경 교수와 4일 경남 창원을 방문하는 등 지역 유세 일정에 동행하고 있다.
반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준용씨와 딸 다혜씨는 선거 운동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洪, “문준용은 행방불명”= 다른 후보 측에서는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의 유세 불참을 선거전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5일 서울 신촌 유플렉스에서 벌인 유세에서 아들 정석씨를 소개한 뒤, “문재인 후보는 지금 아들이 (유세 현장에) 안 나온다”며 “행방불명이 됐다. 지명수배를 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이를 문제 삼았다. 박지원 대표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준용씨는 어디 계시나요. 아버님이 대선 선거운동에 열중이신데 도와드려야죠. 안희정 지사 아드님만 보이고 안 보이시네요”라고 적기도 했다. 실제로 문 후보의 경선 경쟁자였던 안 지사의 아들 정균씨는 충남을 비롯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유세를 돕고 있다. 당내에서는 “마치 아버지 안 지사의 선거처럼 열심히 돕는다”는 반응이 나왔다.
◇文 측, “홍준표 아들이 취업 특혜”= 반면 문재인 후보 측에서는 “자녀가 선거를 꼭 도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후보 측의 공세를 “정치적 네거티브”라고 일축하고 있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선거에서 후보 측 자녀들이 선거를 도운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며 “캠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민주당은 홍 후보 아들의 입사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7일 윤관석 공보단장은 브리핑을 통해 “홍 후보의 장남은 2010년 초 삼성전자에 입사했는데, 홍 후보는 그해 7월 7일 ‘한나라당 전당대회 강원권 비전발표회’에서 ‘평창올림픽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다’고 자랑했다”며 “당시 홍 후보의 사면 요청이 장남의 삼성 취업과 관련이 없는지 홍 후보가 직접 설명하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