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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 성공의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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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영욱한국금융연구원초빙연구위원

김영욱한국금융연구원초빙연구위원

며칠 후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마땅히 축하할 일이다. 그러면서도 매우 걱정된다. 누가 당선되든 앞날이 험난할 거라서다. 임기 내내 한국 경제의 침몰 가능성과 씨름하지 싶다. 이미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새 정부는 경제성장률 3%란 숫자는 잊는 게 좋겠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고 있지만 그래도 3% 밑이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0년까지 잠재성장률은 3% 정도다. 민간 경제연구소는 이보다 더 낮다.

일본화 전철 밟는 한국경제, 통합 리더십만이 해법 #새 대통령, 진보·보수 아우르는 통합내각 구성하라

가장 큰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다. 1970년 101만 명이었던 신생아수가 올해는 40만 명이 채 안 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올해부터 감소하는데 앞으로는 더 큰 폭으로 준다는 얘기다. 생산과 소비 둔화는 필연이다. 또 내년부터 65세 이상 고령자수가 전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시작된다. 생산성 하락은 불가피하다. 저성장은 고령화에 따른 저생산성의 산물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한국’에서 탈출할 해법은 자명하다. 구조개혁과 규제완화다. 이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공공·노동·교육·기업 등 수명이 다한 낡은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는 우리 경제에 희망이 없다. 문제는 이걸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왜 실천하지 못하는가? 서로 뒤얽혀 해결하기 어려워서다. 왜 어려운가? 기득권 때문이다. 기득권을 깨뜨려야 개혁되는데 이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있어서다.

공공개혁이 단적인 예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젊은이가 많다. 고용이 안정적인 데다 보수도 상당하다. 연금까지 합하면 대기업은 ‘저리 가라’일 정도다. 그러니 개혁 대상이다. 특히 공무원연금은 개혁 1순위다. 지난해 나랏빚 1433조원 가운데 무려 600조원이 공무원연금 충당부채였다. 하지만 개혁을 못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2년 전 이맘때의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을 돌이켜보면 알 일이다. 공무원의 단결된 힘과 표를 뿌리치고 개혁할 정치인은 거의 없다. 상대적으로 기득권이 덜한 공공개혁이 이 정도인데, 노동·교육 개혁 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 문제의 해법은 구조개혁에 있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보다는 구조개혁을 실천할 정치적 리더십이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득권을 깰 수 있는 리더십이 새 정부에 있다면, 새 대통령이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할 정치력이 있다면 우리 경제는 일본화의 전철에서 벗어난다.

그럼 정치적 리더십을 가지려면? 가장 중요한 건 국회와의 관계다. 우리 경제를 바꾸려면 개혁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정치인들이 합의를 보지 않고선 그 어떤 경제정책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달리 생각한다. 경제가 나빠지면 책임을 대통령에게 지운다. 한마디로 역설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할 수밖에. 따지고 보면 과거 대통령들이 경제에 실패한 것도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해서였다. 경제 문제의 열쇠는 국회에 있는데도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합의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했던 이명박 정부가 실패한 이유기도 하다. 하물며 새 정부는 여소야대에서 출범한다. 새 대통령의 통합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새 정부에서 개혁 정책을 만들 때 가장 중시해야 하는 건 내용이 아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어떻게 해야 통과시킬 수 있을까다.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고, 자신들이 원하는 의미 있는 개혁 정책을 시행하려면 다른 방안이 없다. 특히 여소야대에선 여당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답은 통합이다. 역대 정부도 통합을 얘기했다. 하지만 한쪽 편을 들면서 통합을 얘기했다. 상대를 포용하는 힘이 부족했으니 실패한 거다. 새 정부는 진정으로 통합해야 한다. 그래야 ‘잃어버린 한국’을 극복할 수 있다. 방법은? 승자독식에서 벗어나는 거다. 권력을 야당과 나누겠다는 자세다. 가장 좋기는 거국 통합내각의 구성이다.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과제라는 생각이다. 경제에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는 지름길이다. 개혁적 보수 또는 합리적 진보와 손잡는 것, 정치 선진화의 명분에도 부합하니 일거양득 아닐까.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초빙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