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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연예인·불법·압류...드라마 같은 최고가 주택 사연들

중앙일보

입력

8억8800만원. 지난해 1년간 오른 아파트값이다. 상승률은 20%가 넘는다.

연간 21% 8억8000여만원 급등 #연예인·재벌 등 많이 소유 #불법 증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사업 어려워 압류 당하기도 #규제 덜한 20가구 미만 규모가 많아

‘대박’을 터뜨린 집은 올해 공시가격 2위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244.78㎡(이하 전용면적)다. 정부가 세금 등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 매년 1일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거쳐 결정하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해서다. 공시가격은 시세의 대개 70~80%다.

1년새 공시가격 9억원 가까이 오른 한남더힐 전용 244.78㎡.

1년새 공시가격 9억원 가까이 오른 한남더힐 전용 244.78㎡.

지난달 28일 발표된 이 집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42억1600만원에서 올해 51억4000만원으로 올랐다. 시가로는 10억 넘게 오른 셈이다.

상승률이 21.1%로 전국 평균 4.4%의 5배에 달하고 서울 평균(8.12%),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평균(9.74%)의 두 배가 넘는다. 한남더힐 단지 전체 평균 상승률도 6% 선이다.

한남더힐 최고 82억원에 거래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80억원에 달하는 실거래가 사례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 주택형 실거래가는 지난해 1월 79억원이었다. 이 집과 거의 같은 244.75㎡가 지난해 12월 82억원에 거래됐다.

244.78㎡는 한남더힐 전체 600가구의 1%인 6가구다. 이 집에는 데뷔 30년이 넘는 유명 인기가수 A씨, 대기업 오너 부인 B씨, 부동산 개발회사 대표 C씨 등이 살고 있다.

A씨는 부인과 절반씩 공동명의로 2015년 77억원에 구입했다. 대기업 부인과 부동산개발회사 대표의 거래가격은 각각 75억원, 79억원이었다.

이들은 매매를 통해 손에 돈을 쥔 것은 아니지만 평가금액으로 지난해 최고의 부동산 재테크를 한 셈이다.

공시가격 톱5

공시가격 톱5

다만 공시가격이 오른만큼 보유세 부담은 커진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금액이 지난해 33000여만원에서 올해 4300여만원으로 1000만원가량 늘어난다.

이 집보다 상승금액과 오름폭이 더 큰 집이 있다. 올해 공시가격 4,5위를 차지한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웨스트윙 273.84㎡와 마크힐스이스트윙 272.81㎡다. 순위가 지난해 10위권에 들지 못했는데 올해 급상승했다.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각각 15억1200만원(45.8%), 13억2800만원(38.2%) 상승했다.

복층 증축으로 공시가격 크게 오른 청담동 마크힐스.

복층 증축으로 공시가격 크게 오른 청담동 마크힐스.

하지만 둘다 증축을 통해 복층으로 덩치가 커지면서 오른 것이다. 웨스트윙 273.84㎡는 원래 183.5㎡였다가 위층 90.34㎡를 넓혔다. 이스트윙 272.81㎡는 202.22㎡에서 70.59㎡를 합쳤다.

크기가 달라지지 않은 이 단지 다른 집들이 10% 정도 올랐기 때문에 실제 상승률은 10%가량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청담동 마크힐스 불법 증축 의혹

그런데 이 증축에는 ‘과거’가 숨어 있다. 7년 전 완공 무렵 불법 증축 의혹이 있었다.

 대기업 오너 집안의 C씨 등이 두 개 동 맨꼭대기층을 다른 층의 두 배 가격에 매입해 복층으로 불법 증축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논란이 일며 거래는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 집은 개인에게 팔린 적 없이 신탁사에 넘어가 있다.

청담동 고급주택들엔 연예인이 많이 산다. 마크힐스이스트윙 중간층(192㎡)에는 영화배우 D씨가 38억원에 구입한 집이 있다. D씨는 강남지역에 다른 두 채의 아파트도 갖고 있다. 이들 세 집의 전용면적이 모두 682㎡에 달하고 공시가격은 총 68억원에 가깝다. 1년간 총 7억여원 늘었다. 682㎡면 270평형 정도이고 시가로는 총 100여억원대다. 보유세는 총 6300여만원이다.

C씨는 공시가격 3위의 집이 들어서 있는 강남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에도 등장한다. 3위 집(265.47㎡)보다 좀더 큰 273.88㎡을 소유하고 있다. 이 집 공시가격은 46억8800만원이다.

상지리츠빌카일룸은 연예인이 많이 살기로 유명한 단지이기도 하다.

연예인 많이 살기로 소문난 상지리츠빌카일룸.

연예인 많이 살기로 소문난 상지리츠빌카일룸.

공시가격 1위를 배출한 단지인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에는 재벌을 비롯해 기업인이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기업의 역경 흔적이 묻어 있다.

올해 66억1600만원으로 12년째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트라움하우스 5차 273.64㎡는 3개동 18가구 가운데 한개동 4가구다. 다른 동 같은 크기 집보다 8억~12억원 더 비싸다. 집마다 한 평이 조금 넘는 5.5㎡ 크기의  공간이 위층이나 아래층에 딸려 있다.

세금 체납 등으로 ‘빨간 딱지’ 붙은 트라움하우스

그 중 한 채는 중견건설사 대표 E씨와 부인이 2005년 공동 명의로 구입했다. 어쩐 일인지 소유권 이전 신청은 10년이 지난 2015년 이뤄졌고 같은 해 신탁회사로 지분이 넘어갔다. 이 집은 세금 체납으로 지난해 서초구청에서, 올 들어 역삼세무서에서 두 차례 압류 조치했다. 이들 압류는 3월 말 모두 해제됐다.

다른 집은 기업체 오너 F씨 소유였다가 이 회사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2014년 가압류돼 경매에 나왔다. 그러다 다른 기업인 G씨에게 65억원에 넘어갔다.

한 집은 기업체 대표 H씨가 2008년 120억여원에 매입했다가 2015년 딸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트라움하우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7 이상의 진도를 견딜 수 있게 지어졌고 지하에 비상시 200여명이 2개월 이상 생활할 수 있는 방공호가 만들어져 있다.

기업인이 많이 사는 트라움하우스. 

기업인이 많이 사는 트라움하우스.

이들 국내 최고가 집은 무엇보다 사생활 보호에 주안점을 뒀다는 공통점이 있. 집이 크기도 하지만 대부분 꼭대기층 한 층을 전부 사용한다. 옆집 사람과 부딪힐 일이 없다.

건축 규제를 피해 지어졌다. 한남더힐은 분양가 규제를 받아야 하는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으로 인허가를 받았다. 당시 업체 측은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고급주택을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5년 간의 임대기간이 지나고부터 업체 측은 일반주택으로 분양전환(소유권 이전)을 했다.

규제 피하려 19가구 미만 많아

규모가 큰 단지인 한남더힐을 제외하곤 소규모 단지다. 한 개 단지가 20가구 미만이다.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는 9개 층인데 9가구만 들어 섰다. 한 층에 한 가구만 있다. 마크힐스(20~21층) 2개 단지(웨스트윙·이스트윙)는 각각 19가구씩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19가구 이하로 인허가를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가구 이상이면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공개 청약 방식으로 분양해야 한다. 이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19가구 이하로 사업승인을 받았다.

단지 작으면 입주민 사생활 보호와 보안 유리

이들 집은 모두 크기가 280㎡ 이하다. 이는 2014년 말까지 공동주택의 집 크기가 297㎡ 이하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얼마든지 크게 지을 수 있다. 앞으로 300㎡가 넘는 공동주택이 나올지 관심을 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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